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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교차하며 존재의 근원을 풀이한 장편소설 ‘파라한’

거제도포로수용소에서 세상 밖으로… 수용생활 통해 인생성찰하는 주인공 여정 담겨


‘Where do we come from? Who are we? Where are we going?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고갱이 자살을 결심하고 죽기 전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그려낸 이 역작은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다.

굳이 고갱처럼 극단의 상황에 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한 두 번쯤 세상의 근원과 존재의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보기 마련이다. 장편소설 <파라한>(전명, 좋은땅)은 이러한 의문에 우리가 사는 지구는 실상은 ‘수용소’이고 인간은 모두 죄를 짓고 여기에 오게 됐다고 설명한다. 무한한 우주공간 안에 지구가 존재하지만 무한함이라는 성질 자체가 결국 사람들을 고립시키는 굴레라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또 하나의 진보된 세계인 '훈'이 등장한다. 훈은 현재의 지구보다 훨씬 더 발전돼 있으며 '도란'이라는 로봇에게 대부분의 노동을 맡기고 있다. 최소한의 노동만을 수행하는 인간을 훈에서는 직업인이라고 부르며 그 외의 인간은 모두 일반인이다. 노동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사회이다.

비록 행복을 심각하게 저해할 노동 문제는 발생의 여지가 없다지만 훈의 인류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전쟁과 반란, 폭력을 고스란히 경험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정의와 권력, 사랑, 정 등 끊임없이 윤회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둘러싼 갈등과 고뇌도 여지없이 겪고 만다.

훈은 한바우, 코만, 태바쿤, 쿠바이센 행성과 교류 중이며 각각의 행성 주변에는 그들만의 고유한 우주공간이 존재한다.



오랜 기간 다섯 개의 우주들은 힘의 균형을 이뤄왔지만 태바쿤이 코만을 침공함으로써 결국 균형이 깨지고 만다. 태바쿤의 다음 공격목표로 훈이 첫 손가락에 꼽히는 와중에 훈의 지도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주인공은 비밀조직을 중심으로 지도부를 비판하다가 누명을 쓰고 수용소인 지구로 보내진다.

소설은 '섬 안의 수용소', '일상', '세상 밖으로', '회귀'라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옴니버스로 구성되어 있다. 네 개의 이야기들은 전혀 별개인 듯하지만 강한 연관성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소설 속 주인공들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 수명의 제한을 넘나들며 스토리를 엮어낸다.

인류는 지금껏 신봉해오고 앞으로도 꿋꿋이 지켜나갈 자본주의 이념 아래 앞으로도 무한경쟁에 노출된 상태로 평생 동안 노동을 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저자는 수용생활에 진배 없는 인생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이토록 힘겹게 살아가도록 만들 필요가 있을지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만든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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