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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유럽 금융그룹들, 머니 大戰의 중심지 아시아로 눈돌린다

美 리먼사태·유로존 재정위기로 투자은행들 포트폴리오 속속 바꿔<br>印尼등 아시아 국가 성장세 주목 현지법인 설립등 투자 확대 나서


"그리스 등 PI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의 재정 위기로 인해 유럽 주요 금융그룹들의 투자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일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아시아시장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동안 단계적으로 투자를 늘려오던 유럽금융회사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본 랑 케터러(Yvonne Lang Kettererㆍ사진) 취리히금융그룹 보험총괄 대표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투자변화의 흐름을 강조했다. 취리히금융그룹도 최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지역에 진출했으며 시장추이를 지켜본 뒤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케터러 대표는 이 같은 유럽 금융그룹들의 투자포트폴리오 변화에 대해 "세계 머니 대전(大戰)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 시대가 도래한다"= 유럽 금융그룹들은'아시아 시대'의 도래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며 현지 진출을 확대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경제권력의 무게'가 아시아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케터러 대표는 "아시아 시장은 이제 생산, 소비 그리고 투자의 블랙홀"이라며 "일각에선 버블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한창 불을 뿜는 아시아 시장을 지켜보면 이러한 우려가 무색할 정도"고 말했다. 특히 케터러 대표는 아시아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그녀는 "미국이 리먼 사태로 재정위기를 겪은 가운데 유럽도 그리스를 비롯한 PIIGS의 재정위기 사태로 유로존 전체가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런데 선진국에서 이러한 위기를 겪는 동안 아시아는 계속 경기가 좋았다는 점에서 유럽의 각 금융회사들이 아시아 지역의 투자를 강화하면서 균형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유럽 주요 투자은행들이 아시아 시장 투자를 어느 때 보다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아시아 국가들의 국민소득 수준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세계의 소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레디트스위스는 아시아 지역의 투자운용 부문 확대 등을 위해 향후 2년 동안 수천여 명에 이르는 투자 전문인력을 현지에서 추가로 고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터러 대표는 유럽금융회사들의 아시아 진출방식에 대해 "현지 금융기관 인수합병(M&A), 합작 투자, 독자 영업망 구축 등 국가별 규제 환경이나 자본시장 성숙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취리히금융그룹도 현재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는데 향후 아시아 시장진출을 더 확대한다면 해당 국가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M&A나 합작투자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바뀐다=리먼 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유럽의 금융회사들은 뒤이어 터진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투자에 움츠리고 있다. 일단 시장의 일반적인 흐름은 투자의 보수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자료를 인용해 유럽재정위기로 유럽계 보험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존 내 보험사들은 지난해 9월30일을 기준으로 모두 341억달러(36조8,000억원) 상당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유럽재정위기의 최대 피해자로 알려진 유럽계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683억 달러의 절반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유럽계 보험사들이 투자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고수익만 기대하고 유로존 국가들과 은행에서 발행한 채권을 대량으로 사들여 화를 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유럽 금융회사들은 재정위기로 인한 대규모 투자손실이 우려되자 발 빠르게 투자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있다. 케터러 대표는 "스위스를 예로 들면 금융업, 특히 그 가운데 은행업은 UBS와 크레디트스위스를 중심으로 시장 쏠림 현상이 심하다"며 "정부에서 이들 은행들을 중심으로 은행산업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정부의 은행산업 규제 강화안이 논의되자 UBS와 크레디트스위스는 스위스 내 투자를 줄이는 대신 아시아 지역으로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영국 보험그룹인 프르덴셜 파이낸셜그룹도 영국 내 투자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빈스 스미스 휴즈(Vince Smith Hughes) 프루덴셜 파이낸셜 그룹 기업부문 헤드(이사)는 "프루덴셜이 PIIGS에 투자한 규모는 적은 수준이지만 앞으로 운용과 투자에 대해서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실상 투자 및 운용에 대한 결정을 예전보다는 좀더 신중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투자와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늘고 있어 영국 내 투자를 강화하려고 한다"며 "보험그룹인 만큼 앞으로 영국 내에서 진행중인 연금제도 개선방안과 더불어 큰 변화를 겪게 될 연금과 은퇴시장에 주목하고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아비바(AVIVA)보험그룹의 그레고리 윌모트(Gregory Willmott) 전략기획담당자는 "영국 생명보험시장에 진출해 있는 네덜란드의 아혼(Aegon) 그룹과 프랑스 악사(AXA)그룹도 유럽재정위기 등으로 시장경쟁력이 저하되면서 영국 내 사업비중을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동안 저축성 보험상품 판매에 주력해 왔지만 재정위기 이후 영국 국민들의 가계 경제가 크게 위축되자 영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사태로 촉발된 유럽 금융위기가 글로벌 자금시장의 판도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하반기들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금융회사들의 수익률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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