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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품 같은 땅, 아프리카

■ 아프리카인 (르 클레지오 지음, 문학동네 펴냄)


그 흔한 감탄문구도 쉽게 눈에 띠지 않는다. 정글 속의 핏빛 적자생존의 몸짓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색 바랜 흑백사진 같은 소박한 문체 속에서 발하는 은은한 감동은 그러나 그 어떤 장엄한 묘사보다 더 진한 전율을 만들어 낸다. 프랑스 현대 문학의 살아있는 신화라고 불리는 르 클레지오는 나이지리아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 위치한 모리셔스 섬에서 쫓겨나 영국으로 건너와 의학을 공부한 후 도망치듯 아프리카로 떠났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판된 아프리카인은 르 클레지오가 아프리카에서 보낸 유년시절을 아버지의 추억을 곁들여 펼쳐놓은 글이다. 아버지에 관한 전기로 비춰질 수 있지만 사실은 자신의 어린시절을 그려낸 자전적 소설에 더 가깝다. 그의 아버지가 손수 찍은 1920~40년대의 아프리카 사진 16장은 저자의 가슴속에서 오랫동안 아프리카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생명력을 키웠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꿈과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던 한 청년이 겪은 열정과 좌절의 아픔을 아프리카의 원시적인 색채로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이국 땅에 대한 향수나 그리움 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은밀한 고백에 가깝다. 아프리카는 그의 고백을 가능하게 한 고해성사실이나 다름없다. 르 클레지오는 1940년 남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나 스물세살에 ‘조서’로 르노도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 뒤 ‘열병’ ‘홍수’ ‘황금물고기’ ‘성스러운 세 도시’ 등 화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급부상했다. 이 책은 명성에 비해 쉽게 이해하기 힘든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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