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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신용등급 강등주의보

조선·건설 등 잇단 하향<br>업황 부진으로 고전하는 철강·태양광도 빨간불


연말을 맞아 신용평가사들이 회사채 신용등급을 대거 낮추면서 해당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그동안 실적 부진으로 고전했던 조선과 건설ㆍ해운 등은 물론이고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과 태양광 등으로까지 점차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ㆍ나이스신용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업체들은 기업어음에 대한 정기평가와 회사채 수시평가를 연말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올 6월 이전 발행된 기업어음은 상반기 결산을 반영해 재평가를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존에 발행된 회사채도 경우에 따라 신용등급이 조정될 예정이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어 연말 정기평가의 영향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1일 대성산업의 무보증 회사채 등급을 A-에서 BBB+로 내렸다. 또 대성산업가스의 회사채 등급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고 지주회사인 대성합동지주의 기업어음 등급도 A2-에서 A3+로 하향 조치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STX와 STX조선해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나란히 A-에서 BBB+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한진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도 기존 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문제는 이 같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건설과 해운ㆍ조선업종에 이어 태양광과 철강업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가 40조원에 이르는 데다 경기 회복 여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해당 기업의 회사채 상환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태양광 업체들은 전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유럽이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초 ㎏당 80달러 수준이었지만 최근 16달러까지 내려가면서 원가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실리콘 등 주요 업체들이 재무 악화를 감당하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철강업계 역시 실적 악화로 글로벌 업체들의 신용등급이 잇달아 하향 조치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세계 1위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까지 낮췄다. 피치는 또 비슷한 시기에 포스코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금융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는 이에 따라 OCI 등 태양광 업체와 동부제철 등 재무구조가 취약한 철강 업체들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업황 침체와 영업 실적 부진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 가운데 적지 않은 숫자가 이번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존의 건설ㆍ해운ㆍ조선업종 외에 철강ㆍ태양광 업체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9월 웅진그룹의 법정관리 사태 이후로 신용평가를 엄격하게 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신용등급 적정성 여부에 대해 문제 제기가 된 업체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추가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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