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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일상, 법정에 서다

한국고문서학회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조선의 일상, 법정에 서다

윤두서(1668∼1715)는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이자 정약용의 외증조로 조선 후기 문인이며 화가다. 그는 1715년(숙종 41년) 세상을 떠나 강진 백도면에 안정됐다가 그 뒤 100년 동안 일곱 차례나 천장(遷葬ㆍ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천장의 주된 이유는 묏자리가 좋지 않다는 풍수가의 견해에 따라 길지로 옮긴 것이다. 그런데 4번째 천장하는 과정에서 문중의 다른 친척들과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소송의 발단은 천장하려는 곳이 역장(逆葬ㆍ조상의 묘 윗자리에 자손의 묘를 씀)의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두서의 손자 윤굉은 이장하려는 곳이 역장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이미 문중 대표로부터 허락 받았고, 문중에서 역장의 선례도 있었던 만큼 강행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이를 반대한 친척들이 강진현감에게 소장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 소송은 강진현에서 마무리되지 않고 전라도 관찰사에게까지 넘어갔고 소송에서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한 친척들이 윤두서 부부의 묘를 파내는 극단적인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조선시대에도 개인간의 갈등이나 이권이 개입되면서 현대 사회처럼 다양한 소송이 벌어지곤 했다.

조선시대 생활사 시리즈를 펴내는 한국고문서학회가 ‘분쟁과 소송’을 통해 조선사회의 면모를 살핀 네 번째 책 ‘조선의 일상, 법정에 서다’를 내놓았다. 인간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대립과 갈등, 분쟁과 소송 사례를 통해 조선시대 삶의 근저에 가깝게 다가섰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라면 분쟁과 갈등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조선시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겉으로 드러난 분쟁의 양상은 지금과는 달랐지만, 내용을 파고 들어가 보면 대체로 재산이나 이권을 차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등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는 도입부의 성격을 갖는다. 조선시대 소송의 기본 원리 및 운영 시스템을 제도사적 측면에서 다뤘다. 소 제기부터 판결에 이르기까지 소송의 전 과정을 소개하는 한편 소송을 진행하는 소송관, 소송 기관의 역할, 변호사에 비견되는 외지부의 존재를 통해 전통적인 소송의 풍경을 오늘날 법정과 비교해 만날 수 있다. 그리고 2부에서 4부는 각각 ‘경제 생활과 소송’ ‘신분 사회와 소송’ ‘공동체 국가와 소송’이라는 주제로 구성해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대부분 개인간의 분쟁이 중심을 이루지만 여러 명이 함께 진행한 소송이나 국가적 차원의 저항과 분쟁도 함께 담고 있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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