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처가 많아 마음을 닫고 사는 분들이 많아요.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못 믿어서 미소금융을 외면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럴수록 최대한 자주 찾아뵙고 가게 권리금 얘기며, 주택 대출 얘기며 이런저런 경제상담을 해드리면서 마음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하죠. 요새 유행하는 말로 '관계형 금융'이 진짜 필요한 곳입니다."
지난 24일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에서 미소금융중앙재단 창업 컨설팅을 나온 김시호(60·사진) 치프 컨설턴트와 만났다. 32년간 하나은행에서 근무해온 그는 2009년 임금피크제를 선택, 하나미소금융재단에서 4년 반 동안 근무했다. 올해 4월 정년퇴임하면서 미소금융 업무를 그만뒀지만 8월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컨설팅 서비스의 치프 컨설턴트로 선발되면서 미소금융과의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미소금융에서 창업자금이나 1,000만원 이상의 운영자금을 받는 고객은 반드시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19명의 분야별 컨설턴트들이 약 이틀간 현장점검과 상담을 통해 보고서를 제출하면 대출이 진행된다. 김 컨설턴트는 대출 이후 이용자를 찾아가 컨설팅이 잘 반영됐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찾은 곳은 이달 9일 사당동에 문을 연 한 미용실. 원목으로 마감한 산뜻한 외관이 카페를 연상시켰다. 미소금융으로부터 1,500만원의 창업자금을 대출 받았다는 미용실 사장님 A(33)씨는 "인터넷으로 검색해 미소금융을 알게 됐고 창업 교육과 컨설팅 서비스까지 받았다"며 "가게 앞에 설치한 개집도 컨설턴트님이 조언해주신 건데 정말 고객님들이 호기심을 갖고 찾아오신다. 미소금융 이용한 이야기를 블로그에도 올렸을 정도"라며 웃었다.
김 컨설턴트는 창업 6개월 이후 운영자금을 추가로 빌릴 수 있으며 전단지 배포 등 일손이 필요할 때 미소금융 자원봉사자를 신청할 수 있다는 팁을 전했다. 그는 이날 컨설팅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컨설팅 만족도 평가 5개 항목에서 모두 10점 만점을 받았다.
김 컨설턴트에게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영세 사업자 대부분이 집에서 쓰는 돈과 가게 운영비를 섞어서 쓴다"며 "이모저모 따져보면 가게를 접는 편이 오히려 이익일 때가 종종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다른 식구들이 벌어온 돈을 계속 가게에 집어넣고 있으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 낮은 사람들은 경제관념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새벽에 나와서 자정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하는데 언제 손익을 분석하고 대출상품 금리를 따져보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피상적인 이야기 대신 금리 대조표 같은 자료를 철저하게 준비해 가서 '사채 한 달 이자면 미소금융 1년 이자와 맞먹는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와 닿게 설명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컨설팅 일이 미소금융 이용자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컨설턴트는 "32년 은행원 생활을 그만두고 나니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미소금융 컨설턴트로 다시 채용돼 특기를 살려 남을 돕고 있으니 이보다 보람 있는 일은 없지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또 다른 컨설팅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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