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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나 몰라라'… 비리 복마전 된 터널공사

터널 붕괴 막는 록볼트 적게 쓰고도 공사비 과다 청구

2010년 이후 착공 121곳 중 78곳서 부실시공 드러나

검찰, 11개 건설사 현장소장 등 16명 무더기 기소

터널을 공사하는 업체들이 터널 붕괴를 막는 주요 자재를 적게 쓰고도 정상적으로 시공했다며 공사비를 과다 청구하는 행태를 상습적으로 저질러오다 검찰에 적발됐다. 이런 행태 때문에 지난 2010년 이후 착공한 터널 121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78곳(64%)은 공사가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터널이 무너지면 세월호 침몰 사고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건설사들은 제 잇속만 챙기기 바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문홍성 부장검사)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도로 터널 공사에서 록볼트(암석지지대) 등을 설계보다 적게 쓰고도 공사비를 과다 청구한 혐의(특경가법상 사기, 사문서 위조 등)로 11개 업체의 직원 16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9일 밝혔다. 이 같은 방법으로 총 15억7,000만원의 공사비를 가로챈 S토건의 이모(56)씨 등 현장소장 3명은 구속 기소하고 거래명세표와 세금계산서 등을 위조해 도로공사에 제출한 D건설 현장소장 정모(49)씨 등 1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록볼트는 터널 붕괴를 막기 위한 필수 자재다. 지름 2~3㎝, 길이 5~10m의 철근으로 터널 천장에 설치돼 암반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도급 업체 S토건의 이 현장소장은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영동~옥천 1공구에서 터널 공사를 하면서 대기업 시공사 K산업의 신모(55) 현장소장과 짜고 록볼트 설계 수량 6만3,000여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만8,000여개를 시공하지 않고서도 설계대로 공사한 것처럼 공사비를 타냈다. 주문진~속초 5공구를 시공한 K토건 양모(47) 소장의 경우 록볼트 설계 수량 1만8,000개 중 5,930개(32.3%)만 사용해 8억여원의 공사대금을 가로채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공사 현장 적자 만회와 인근 주민들의 민원 해결 등을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이번에 수사한 공사 구간은 영동~옥천 1공구 등 8곳이다. 하지만 실제 안전부실은 훨씬 광범위했다. 검찰과 한국도로공사가 2010년 이후 착공한 전국 76개 공구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 중 절반인 38개 공구에서 록볼트가 적게 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널 기준으로는 121개 터널 중 64%인 78곳이 부실했다. 록볼트 평균 미시공률은 27%였으며 이로 인해 과다 지급된 공사비는 총 187억원에 이르렀다.

검찰은 "22개 시공사와 49개 하도급 업체가 록볼트 미시공에 관여할 만큼 부실 시공이 만연했지만 시간·인력의 한계 등으로 부실이 심각한 8곳만 수사해 사법 처리했다"며 "사법 처리가 안 된 곳도 과다 지급된 공사비는 전액 환수하고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록볼트 부실 시공이 판치게 된 배경에는 도로공사의 관리감독 소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도로공사 감독관과 검측 관리원은 록볼트 등 주요 자재의 반입 수량, 품질 등을 대충 검수한 잘못이 있지만 현행 건설관리법 규정은 이들에 벌점만 부과할 수 있다"며 "형사 처벌, 징계 등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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