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문홍성 부장검사)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도로 터널 공사에서 록볼트(암석지지대) 등을 설계보다 적게 쓰고도 공사비를 과다 청구한 혐의(특경가법상 사기, 사문서 위조 등)로 11개 업체의 직원 16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9일 밝혔다. 이 같은 방법으로 총 15억7,000만원의 공사비를 가로챈 S토건의 이모(56)씨 등 현장소장 3명은 구속 기소하고 거래명세표와 세금계산서 등을 위조해 도로공사에 제출한 D건설 현장소장 정모(49)씨 등 1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록볼트는 터널 붕괴를 막기 위한 필수 자재다. 지름 2~3㎝, 길이 5~10m의 철근으로 터널 천장에 설치돼 암반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도급 업체 S토건의 이 현장소장은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영동~옥천 1공구에서 터널 공사를 하면서 대기업 시공사 K산업의 신모(55) 현장소장과 짜고 록볼트 설계 수량 6만3,000여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만8,000여개를 시공하지 않고서도 설계대로 공사한 것처럼 공사비를 타냈다. 주문진~속초 5공구를 시공한 K토건 양모(47) 소장의 경우 록볼트 설계 수량 1만8,000개 중 5,930개(32.3%)만 사용해 8억여원의 공사대금을 가로채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공사 현장 적자 만회와 인근 주민들의 민원 해결 등을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이번에 수사한 공사 구간은 영동~옥천 1공구 등 8곳이다. 하지만 실제 안전부실은 훨씬 광범위했다. 검찰과 한국도로공사가 2010년 이후 착공한 전국 76개 공구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 중 절반인 38개 공구에서 록볼트가 적게 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널 기준으로는 121개 터널 중 64%인 78곳이 부실했다. 록볼트 평균 미시공률은 27%였으며 이로 인해 과다 지급된 공사비는 총 187억원에 이르렀다.
검찰은 "22개 시공사와 49개 하도급 업체가 록볼트 미시공에 관여할 만큼 부실 시공이 만연했지만 시간·인력의 한계 등으로 부실이 심각한 8곳만 수사해 사법 처리했다"며 "사법 처리가 안 된 곳도 과다 지급된 공사비는 전액 환수하고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록볼트 부실 시공이 판치게 된 배경에는 도로공사의 관리감독 소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도로공사 감독관과 검측 관리원은 록볼트 등 주요 자재의 반입 수량, 품질 등을 대충 검수한 잘못이 있지만 현행 건설관리법 규정은 이들에 벌점만 부과할 수 있다"며 "형사 처벌, 징계 등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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