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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홀(파4) 먼 거리에서 칩샷한 볼이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만 해도 ‘코리안 시스터스’의 2연승이 눈앞에 다가오는 듯했다. 6년2개월 만에 우승을 노렸던 이미나(31ㆍ볼빅)는 2~4번홀 연속 버디에다 파만 해도 다행인 7번홀에서 버디를 챙기며 10언더파를 적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우승 트로피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승의 이미나도, 세계랭킹 1위의 청야니(23ㆍ대만)도 아닌 세계랭킹 8위의 미야자토 아이(27ㆍ일본)의 차지였다.
‘일본의 슈퍼 땅콩’ 미야자토가 한국 기업이 후원한 대회에서 LPGA 투어 통산 8승째이자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미야자토는 22일(한국시간) 하와이 오아후섬 코올리나GC(파72ㆍ6,421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17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2위(8언더파) 이미나ㆍ아자하라 무노스(스페인)에 4타차로 앞서 우승 상금 25만5,000달러를 거머쥐었다.
미야자토는 “올해 계속 잘해왔으니 서두르지 말자고 되뇌었다. 3주 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56위로 무너졌지만 좌절하지 않고 고삐를 조였다”고 말했다.
미야자토는 신장이 157㎝로 ‘슈퍼 땅콩’ 김미현과 같다. 때문에 드라이버샷 거리(올 시즌 평균 245야드ㆍ104위)가 적다는 게 약점이지만 다른 강점들이 넘쳐나 이를 덮고도 남는다. 스윙 아크가 극단적으로 크고 백스윙톱까지의 시간도 긴 미야자토의 드라이버샷은 페어웨이 적중률 76%(13위)를 자랑한다. 샷도 샷이지만 미야자토의 믿는 구석은 역시 퍼트다. 올 시즌 라운드당 퍼트 수(28.13)에서 1위를 달리는 미야자토는 이번 대회 3ㆍ4라운드에서 총 53개로 막았다. 이틀간 평균 퍼트 수가 불과 26.5개, 홀당 1.47개였다는 얘기다.
이미나와의 팽팽한 레이스에서 승리를 결정지은 것도 퍼트였다. 10언더파로 동타였던 15번홀(파4). 미야자토는 그린 프린지(가장자리)에서 내리막 9.1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1타 달아났고 17번홀(파4)에서는 정확한 두 번째샷에 이어 2.5m짜리 버디를 추가해 우승에 다다랐다. 미야자토는 나비스코 대회 뒤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 스탠스를 조금 넓히고 그립을 다듬는 식으로 퍼트를 개선했다고 한다.
이미나는 18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고 유소연(22ㆍ한화)은 7언더파 공동 4위에 올라 신인왕 레이스에서 독주를 이어갔다. 또 아마추어 김효주(17ㆍ대원외고)는 3언더파 공동 12위에 올라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신지애(24ㆍ미래에셋)와 청야니는 각각 공동 7위(5언더파)와 공동 10위(4언더파)에 머물렀다. 이날 숲 속에서 친 공이 발목을 직접 맞고 튀는 등 버디 2개, 보기 4개로 고전한 청야니는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 대회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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