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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화제의 경영·경제서] 남자, 정치 대신 사소한 이야기 꺼내라

■남자의 물건(김정운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올 상반기 출판가에서는 남자, 특히 40대 중년 남성의 고민을 치유해주고 삶의 지혜를 전수해주는 책이 인기를 누렸다. 김정운 교수가 쓴 '남자의 물건'이 대표주자였으며 그 바람에 김 교수가 추천한 책들까지 '동반 인기'의 수혜를 누렸다. 저자인 김 교수는 일과 삶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휴(休)테크' 전도사이며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문화심리학자로 유명하다.

다소 선정적(?)인 느낌의 제목을 가진 이 책은 관계에 치이고 삶이 외로운 남자들의 내면을 위로하고 사소한 행복을 추구하면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남자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꺼내라고 조언하는데 그 핵심은 '이야기'이다. 남자들이 모이기만 하면 하는 꺼내는 정치ㆍ연예인ㆍ군대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라는 것. 계절이 바뀌면 눈물 나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 나를 구성하는 것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가 있을 때 삶은 즐거워지고 충만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각계의 남성 명사 13명을 만나 각자의 물건, 즉 애장품을 내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학자 이어령, 대학 교수 신영복, 축구선수 차범근, 배우 안성기,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 화가 이왈종, 소설가 박범신 등이 그 주인공이다.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곧 그들의 삶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인 '디지로그'를 설파했던 이어령에게 3m짜리 '책상'은 학자의 외로움을 알려주는 사열대와 같았다. 차범근은 아내와 세 아들 모두가 함께했던 독일에서의 아침식사를 든든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어 행복의 증거물로 '계란 받침대'를 내놓았다. 재미는 없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 신뢰감을 주는 문재인은 그의 바둑판처럼 묵직하고, 당당함과 꼬장꼬장함을 그대로 기록한 김문수의 수첩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소설가 박범신이 왜 '목각수납통'을 앞에 두고 목수가 되고 싶다고 얘기하는지, 가수 조영남은 왜 '네모난 각진 안경'만 고집하는지도 파헤쳤다. 이들 모두에게는 자기만의 스토리가 담긴 특별한 물건이 있고 그 물건에 대한 이야기는 곧 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아가 저자는 "당신만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것"을 제안한다. 물건을 매개로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하자는 얘기다. 자신을 설레게 하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물건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면 진정 충만하고 행복한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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