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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초법적 솽쿠이와 거수기 사법부


올 초부터 중국 최고 지도부의 권력 구도를 뒤흔들었던 '보시라이 사건'이 마무리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심복인 왕리쥔 전 충칭시 부시장의 주중 미 영사관 망명 시도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보시라이 실각을 둘러싼 최고 지도부 간 갈등으로 치달으며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돼왔다. 이 과정에서 보 전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살해한 혐의로, 보 전 서기 부부는 거액의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로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왔다.

드디어 구카이라이의 첫 재판 일정이 9일로 잡혔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사법부의 양태는 진실 규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동안 중국 당국이 관영 언론을 통해 공개해왔던 부패 혐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검찰은 살인 혐의로만 기소했다. 관할 법원도 살인 사건 발생지인 충칭시가 아닌 안후이성 성도 허페이시로 정해졌다.

구카이라이의 법정 변호사는 당국에 의해 불과 몇 주 전에 선임됐다. 이들 당국에 의해 갓 지정된 변호사가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조사를 벌여온 당 기관 및 검찰과 대등하게 변론을 펼칠 리 만무하다. 구카이라이를 부패가 아닌 살인 혐의로만 기소한 것을 봤을 때 정작 보시라이 건은 검찰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으며 당 내부에서 처리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보시라이 사건은 공산당 밑에서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는 사법부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법부 단계 이전에 이른바 '솽쿠이(雙規)'과정에서 모든 것은 결론이 나며 사법부는 이를 이행하는 수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솽쿠이는 당 기율검사위원회가 문제의 당원을 조사하는 말을 일컫는 용어로 수사관이 시간과 장소 등 두 가지를 정해 소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당 부패 근절과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정치개혁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법부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당이 초법적 권력을 행사하는 현재의 제도하에서 사법부 독립은 요원해 보인다. 국제 변호사인 구카이라이는 1998년 미국 사법제도에 관한 책을 출간하면서 길고 지리한 과정을 수반하는 미 형사소송법보다는 간결하고 효율적인 중국의 형사소송법이 우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살인 피고인 자리에 선 그녀가 과연 아직도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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