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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현대가, 현대증권 다시 품을까

"故 정주영 회장 사업 되찾자"에 업계 선두권 도약 매력

현대차·현대重그룹·KCC 등 인수전 참여 가능성 높아


현대그룹 산하 현대증권의 매각작업이 본격 시작됨에 따라 범현대가가 인수전에 뛰어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23일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일부인 14.9%를 신탁하고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이날 2,000억원의 현금을 우선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은 재산신탁방식으로 진행되며 산은은 매각이 완료되면 2,000억원을 정산받는다.

산은은 지난 18일 현대증권 매각을 위한 매각자문계약을 현대그룹과 체결한 데 이어 이날 투자자들에게 투자안내서를 일제히 발송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매각 작업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해운 시황 악화 등에 따른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조3,000억원 규모 자구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증권 매각은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보유 지분(25.9%) 등 총 36%가량의 현대증권 주식을 팔아 6,000억~7,000억원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증권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도 현대증권과 함께 매각된다.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KCC 등 이른바 범(凡)현대가 그룹들이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과거 현대그룹과 친족그룹 계열사였다가 우여곡절을 거쳐 계열분리된 뒤 다시 매물로 나온 기업들 대부분을 범현대가가 인수한 전례를 봤을 때 이번에도 현대가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범현대가 2세들은 선친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시작한 사업은 반드시 다시 찾아오고자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매물로 나온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했고 이듬해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해갔다. 친족기업들도 마찬가지 분위기여서 만도의 경우 한라그룹이 되찾아갔다.



이 같은 현대가 2세들의 '되찾기' 정서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서는 현대증권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증권업계가 고전하고 있지만 현대증권은 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증권업계 대표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HMC투자증권을,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투자증권을 각각 산하에 두고 있지만 이들 회사가 증권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대증권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들 그룹이 현대증권을 인수해 기존 증권사와 합병시킬 경우 일거에 증권업계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범현대가의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는 당연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면서 "정몽준 대주주의 서울시장 출마 등 현안이 많은 현대중공업보다는 현대차그룹이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HMC투자증권은 22일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 여부를 묻는 조회공시 요구에 "검토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M&A 사례에서도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끝까지 부인하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곤 하지 않았냐"면서 "현 단계에서 그룹 주력사가 아닌 증권 분야 계열사의 조회공시 답변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부산신항만 투자자 교체로 2,500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에 산은으로부터 2,000억원을 받는 등 자구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매각이 완료되고 현대상선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 매각이 성사돼 1조1,000억원이 들어오면 2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맹준호·김광수기자 nex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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