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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저축은행 기본으로 돌아가라

규제 풀렸지만 감독 느슨<br>PF대출 매달리다 부실 자초<br>서민금융·리스크관리 강화<br>중장기 생존기반 강화해야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 6일 솔로몬ㆍ미래ㆍ한국ㆍ한주 등 4개 저축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저축은행 6곳 중 4곳이다. 이번에도 퇴출 가능성이 높았던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 예금 인출이 있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이래 총 20개 저축은행 문을 닫았다. 그 바람에 돈을 맡긴 예금자들 가운데 돈을 떼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저축은행은 원래 서민과 지역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 출발했으며 어려울 때마다 정부가 대출 한도를 늘려주고 신상품ㆍ지점 설치를 허용하는 등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에 나선 반면 감독은 느슨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은 예금자 보호 한도를 2,000만원에서 시중은행과 같은 5,000만원으로 늘리고 명칭도 상호신용금고에서 지금의 상호저축은행으로 바꿨다. 2005년에는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을 허용해 부실 업체가 부실을 은폐하고 대형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어 2006년에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 이하 여신비율 8% 이하인 저축은행을 '8ㆍ8클럽'이라고 해서 여신을 크게 늘릴 수 있게 했다.

저축은행은 대형화하면서 본연의 서민금융을 소홀히 했다. 정부가 서민금융을 키우려 들수록 저축은행이 수적ㆍ질적으로 위축되고 부실화된 것은 기이한 일이다. 호황을 누리는 시중은행ㆍ대부업계와 달리 저축은행들은 몰락해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부업자들의 고금리를 억누르는 한편 미소금융을 확대하고 불법 사채를 뿌리 뽑아 서민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저축은행 부실화로 서민금융이 위축되면서 미소금융ㆍ새희망홀씨ㆍ햇살론 등 친서민금융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듯했지만 이용이 제한돼 고금리 대부시장 확대를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따라서 저축은행의 기능 정상화를 통해 서민금융의 한 축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우리 금융시장의 중요한 과제다. 그동안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은 서민금융 본연의 기능을 소홀히 하고 손쉬운 대출과 자산 증가에 골몰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다. 그러나 부동산 PF로의 여신 쏠림 현상은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저축은행 전반의 부실화로 귀결됐다.

저축은행의 고유 고객군은 신용 상태가 낮은 서민층과 비우량 중소기업들이다. 따라서 이들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장기 생존 기반을 강화하는 길이다. 그라민은행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는 신용 관리 구조를 개선, 저신용 계층으로부터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 상환율을 98%까지 올렸다. 그가 진정으로 위대한 것은 돈을 빌린 서민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갚도록 만들어 보다 많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금을 재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돈을 빌린 사람이 원리금을 제대로 갚도록 하는 데 서민금융의 성패가 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 서민금융기관들이 빌려준 소액 신용대출이 대부분 부실화돼 금융 대란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서민 지원을 위해 금융회사에 소액 신용대출을 적극 장려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서민금융 활성화 조치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저축은행들의 잇단 구조조정과 퇴출로 서민금융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저축은행은 기본으로 돌아가 서민금융 활성화로 다시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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