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핼러윈데이다. 전세계 곳곳에서 호박 모양을 비롯해 각양각색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핼러윈파티를 즐길 것이다.
인간은 왜 가면을 쓸까. 가면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영화와 연극 등의 단골 소재였다. 영화 '글라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가 쓰고 나온 철가면은 적의 무기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한 도구였다. 순식간에 얼굴을 바꾸는 중국의 전통 가면술인 변검과 영화 '스파이더맨'과 '배트맨'등 영웅물의 주인공이 쓰는 가면 속에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초인적인 인생을 살아가고픈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욕망이 담겨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주인공이 쓴 가면은 처음에는 흉측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였으나 어느덧 마음의 추악함을 숨기기 위한 가면으로 변해간다. 여주인공의 사랑으로 자신의 뒤틀린 마음을 인식하고 가면을 벗은 그는 자유를 획득한다.
가면을 필요로 하는 것은 그만큼 숨기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다. 중세시대에는 상류사회에서 가면을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자 가면 착용을 한동안 금지하기도 했다. 또한 여자들의 화장도 신이 주신 인간의 얼굴을 가면으로 감춘다는 의미에서 신에 대한 모독으로 여겨져 금기시했다고 한다.
등산을 하거나 공원에서 산책할 때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이 있다. 창이 큰 모자와 선글라스도 모자라 얼굴 가리개로 자신을 완벽하게 가려버리는 사람들이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얼굴을 다 가리고 있다. 낯설고 바라보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내가 유별나서일까.
서양 사람들이 햇볕이 조금만 따사로우면 야외로 나가 맘껏 일광욕을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피부 보호도 좋지만 건강한 가을 햇살과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까지 차단하는 불필요한 가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속 가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온라인게임이 가면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학업에 지치고 보이지 않는 미래에 불안한 아이들이 익명의 게임 속에서 영웅으로 변신하고 지존으로 추앙 받으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아이나 어른이나 현실에 맞서 싸워 스스로 극복하기 보다는 마음 속 가면 속에서 일종의 도피처를 찾게 되면 소통과 교류는 점점 줄어들고 불안과 고독만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이 가을에 몸과 마음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맨 얼굴의 진솔한 나를 만나보자. 그리고 빛나는 가을 햇살 속으로 나를 비춰주는 거울인 사람들 속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가 보자.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고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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