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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뭐가 그리 좋은지 눈만 마주치면 웃는다. 물 밖에서도 모자라 물살을 가르면서도 얼굴을 내놓고 '눈빛교환'을 한다. 남자 경영대표팀의 박태환(22ㆍ단국대)과 이현승(25ㆍ대한수영연맹) 얘기다.
이현승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부터 박태환과 꼭 붙어 지냈다. 이른바 박태환의 훈련 파트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둘은 함께 훈련하면서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됐다. 박태환은 "(이)현승이 형이랑 같이 하니까 훈련이 즐겁다"는 말을 인터뷰 때마다 빼놓지 않는다.
'한국경영의 대들보' 박태환 곁에 있어서 드러나지 않을 뿐 이현승도 중ㆍ고교 시절 200ㆍ400m에서 심심찮게 1등을 했던 강자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장을 지낸 이병주 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의 아들이기도 한 이현승은 특히 '공부 잘하는 운동선수'로 유명했다. 서일중 시절 전교 1등을 거의 놓치지 않았던 이현승은 대원외고 불어과 졸업 뒤 아이비리그에 속한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에 진학했다. 전공은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 세부전공은 오퍼레이션 리서치(OR)다. 하지만 이현승의 현재 전공은 오로지 수영, 그 중에서도 1,500m다. 올림픽 출전의 꿈을 위해 1,500m 전념을 결정한 이현승은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겨두고 대학을 휴학했다. "나이가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이현승은 "4월 동아대회에서 1등을 해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망은 밝다. 이현승은 지난달 중순 호주 지역대회에서 7위에 올랐다. 기록은 15분40초46. 3개월 만에 나선 두 번째 실전에서 12초 이상을 줄인 것이다. 근소한 차이로 지난 시즌의 한국기록도 갈아치웠다. "런던올림픽에 나가 결선에 오르는 게 목표다. 그러려면 15분10초대까지 줄여야 한다"고 밝힌 이현승은 "갈 길이 멀지만 줄일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하루 2시간30분만 자며 매달린 '물과의 전쟁' 끝에 저절로 생겨났다. 지난 학기 그는 오전 5시30분 기상, 6~8시 수영, 9시10분~10시30분 수업, 오후2~4시 수영, 5~9시 수업, 10시~오전3시 과제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펼쳤다. 학업과 수영 중 하나를 포기할 만도 했지만 올림픽 무대에 설 자신을 그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애초 여러 대학 중 컬럼비아대를 선택한 것도 큰누나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곳이라는 이점도 있었지만 수영팀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가 더 컸다.
자신의 별명인 '엄친아'의 뜻을 몰라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했다는 이현승. 그는 졸업 뒤에는 전공을 살려 투자은행에서 일하고 싶단다. '박태환의 훈련 파트너'라는 수식이 못마땅하지는 않을까. 이현승은 빙긋이 웃었다. "전혀 개의치 않아요. 방 2개가 있는 호주의 아파트에서 같이 사는데 힘들 때 힘이 돼주는 동생이에요. 영법은 제가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배울 점이 많은 동생이죠." 호주 2차 훈련을 위해 지난 4일 박태환과 함께 출국한 이현승은 1차 목표인 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위해 오늘도 쉼 없이 물살을 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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