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서부산권의 물류동맥 역할을 기대하고 수천억원을 투입해 개통한 을숙도대교가 비싼 통행료 때문에 지역 업체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물동량이 많은 업체들은 시에 통행료 할인제도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시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 11일 부산시에 따르면 10월 기준 하루 평균 을숙도대교 이용 차량수는 1만6,486대로 나타났다. 이는 개통 첫해 계획통행량인 4만4,894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 을숙도대교는 부산 강서구 명지동 75호 광장에서 부산 사하구 신평동 66호 광장을 연결하는 길이 5.2㎞ 다리로 총 4,2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지난 2월 개통됐다. 부산ㆍ진해경제자유구역과 녹산ㆍ신호공단 등지로 이어진다. 서부산권을 잇는 기존의 유일한 도로였던 낙동강 하구둑의 만성 교통체증이 완화되고 출퇴근 시간 기준 40분 가량 걸리는 통행시간도 5분여로 단축되는 등 물류비용도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을숙도대교는 유료통행이 실시된 지 10개월 만에 '비싼 통행료'로 지역 업체들이 이용을 기피하는 다리로 전락했다. 개통 초기에 을숙도대교를 이용했던 업체들 중 대다수는 다시 기존의 하구둑 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을숙도대교 통행료는 차종 별로 차등 결정돼 평일 출퇴근 시간대에 한해 할인이 적용되고 있다. 통행료는 소형차 1,400원(할인요금 1,000원), 중형차 2,400원(1,700원), 대형차 3,100원(2,200원)으로 책정됐다. 녹산ㆍ신호공단에 위치한 업체들은 이용빈도가 높아 물류비 부담이 크다며 을숙도대교 통행료 할인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통행료 할인 시간대를 연장하는 방안이나 물류이동이 잦은 업체에 할인카드 발급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높게 책정된 통행료 때문에 기존 하구둑 도로를 계속해서 이용하고 있다"며 "급할 경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끔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는 "개통 후 한 달간 을숙도대교를 이용했는데 통행료 부담에 다시 기존 도로로 다니고 있다"며 "(기존 도로) 교통정체가 심하기 때문에 짜증도 많이 난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이용을 하지 않는다면 시가 수천억원을 낭비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시는 현재 할인 통행료도 시에서 부담하고 있는데다 통행량 또한 기대에 못 미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등으로 재정부담이 상당하다며 할인제도 개선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업체의 물류비 부담을 덜어주고 싶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부족"이라며 "거가대교 개통 후 상황 추이를 지켜본 후 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있는 지 추후 다각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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