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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반값 담배'까지 나올라


정치권은 요즘 무상급식ㆍ무상의료ㆍ무상보육 등 무상복지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값 등록금으로 쟁점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서민들이 즐겨 피우는 담뱃값도 반(半)으로 내리자는 주장이 나올지 모른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서 서민들이 저렴한 담배를 실컷 피게 하자는 배려라고 할까. 그만큼 정치권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오로지 대중 인기영합적 정책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담뱃값을 인상하려고 여러 번 시도해왔다. 담배 1갑당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거나 물가 인상 요인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이다. 또한 건강에 해로운 흡연을 억제하고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 시도는 항상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상대적으로 생활비에서 담배 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서민층의 가계 부담이 가중된다는 논리다. 일부 국회의원은 담배를 피우는 서민들이 많은데 어떻게 값을 올리느냐며 반대한다.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가격을 올려도 담배 소비는 줄지 않고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만 커진다고 강조한다. 담배의 가격탄력성 및 소득탄력성이 모두 매우 낮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이 10% 인상되면 담배 수요를 4~8%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회 입법예산처도 담뱃값과 흡연율은 반비례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담뱃값 인상이 효과적인 금연정책이라는 얘기다. 저소득층의 경우 고소득층에 비해 담배 가격 인상에 민감하다. 의학계에서는 흡연의 폐해를 강조하며 우리 국민의 높은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흡연은 발암 위험을 상당히 높여준다고 한다. 담배로 인한 질병은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치료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건강에 해롭다는 데도 사람들은 흡연에 대해 무심하고 또한 정치적이다. 담배는 친(親)서민적인 기호품이기 때문에 담뱃값을 올리는 것은 반(反)서민정책이라는 것이다. 흡연과 관련된 또 하나의 문제는 청소년의 높은 흡연율이다. 통계에 따르면 남녀 고등학생 흡연율은 각각 18.1%, 3.5%로 전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속한다. 청소년 흡연율이 이처럼 높은 이유도 담뱃값이 낮아 청소년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흡연율은 어른보다 가격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 예컨대 담뱃값이 10% 오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7%쯤 감소한다. 이렇게 볼 때 청소년 흡연 문제도 담뱃값 인상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담뱃값을 올리면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만 늘어난다는 주장은 무조건 서민들의 환심을 사겠다는 얄팍한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 서민이 부담 없이 담배를 실컷 필 수 있도록 해서 건강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 과연 서민을 돕는 것인가. 오히려 담배값을 올리는 것이 그들의 흡연을 줄이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 정책을 취하는 나라는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는 담배소비세를 매우 무겁게 부과한다. 그래서 싱가포르의 흡연인구 비율은 15%로 서유럽(25~35%), 중국ㆍ일본 등 아시아 국가(55~70%)보다 훨씬 낮다. 세계 각국은 흡연율, 특히 늘어나는 청소년의 흡연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담배소비세를 부과해 담뱃값을 올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가격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 무상급식ㆍ무상의료ㆍ무상보육 등 무상복지에 소요되는 재원 조달 문제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결국 국민의 조세부담이 크게 늘고 도덕적 해이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복지비용도 가능하면 수익자부담 원칙을 지키는 것이 낭비를 줄이고 재원 조달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도 담배를 피우는 수혜자(나이 들어 더 많은 의료비→건강보험 재정을 쓰는)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거야말로 친서민정책이자 친시장정책이 아닐까.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은 차제에 담배를 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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