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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홍성담 '1999 탈옥전' 12일부터 가나아트센터

「1999 탈옥」이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마련됐다. 작가는 20세기에서 벗어나는 길을 탈옥이라고 해석했다. 작가에게 우리 시대가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그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만나면서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물론 그것은 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창조를 위한 결별이라 할 수 있다.홍성담은 지난 89년 「민족해방운동사」라는 대형 걸개 그림을 집단창작으로 그려낸 민족민중미술운동연합이라는 단체의 수장이었다. 공안당국에 의해 그림이 문제가 되면서 89년 7월부터 92년 8월까지 3년간 옥살이를 했다. 「오월의 화가」, 「통일화가」, 「인권화가」라는 별호가 붙은 홍성담이 20년만에 처음으로 개인전을 갖는다. 12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4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종이찰흙을 이용한 흙그림 127점, 유화 아크릴화 20여점, 그리고 비디오 영상작품등이다.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제작한 작품들을 「1999 탈옥」이라는 제목으로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20세기처럼 인류가 고생을 많이 한 세기는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싸우고 많이 죽고 많이 학대를 받았지요. 한마디로 말해 20세기는 파시즘의 시대였습니다. 21세기를 열어가는 담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20세기로부터의 탈옥을 먼저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홍성담의 작품은 감옥에 대한 기억을 담은 「식구통」 연작, 물고문 시리즈와 물에 관련된 명상 시리즈등이 주요 내용을 이룬다. 『리얼리즘은 그 폭이 무척 넓습니다. 모든 예술의 기본은 리얼리즘에서 출발하지요. 심지어 해체주의라고 해도 사물을 리얼하게 분석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표현이 가능합니다. 나와 나를 제외한 모든것의 관계 속에서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리얼리즘이라 할 수 있지요.』 홍성담은 자신의 리얼리즘을 「직관에 의한 명상」으로 해석한다. 직설적인 투쟁을 뛰어넘는 명상이라는 영역에 눈을 돌린 것이다. 작가는 이 땅에 흩어져 있는 15종류의 흙을 모아 다양한 온도로 구워내 30여 가지 색상을 얻었다. 종이죽을 쑤어 만든 종이찰흙으로 부조작업을 한 뒤에 이런 흙색을 칠한 것이다. 내용은 감옥의 사각형 식구통을 하나의 상징물로 삼은 연작이 있고, 물고문 때문에 얻은 물에 대한 이미지를 다양한 형상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이 있다. 물 시리즈는 그러나 고문이라는 궁색한 영역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그는 물속의 생명을 서로 조우하게 만든다. 물고기와 사람이 서로 부드러운 애무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의 뱃속에서 안돈을 찾기도 한다. 그것은 상생(相生)의 미덕이자 이쪽저쪽을 구별짓는 분별심에 대한 반성일지도 모른다. 홍성담이 이제 새로운 길을 떠나려고 한다. 새로운 세기는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명상을 통해 얻어낸 이미지들에 의해 인도되는 길이기에 좌표는 뚜렷한 그런 길이다. 문의 (02)3216-1020. /이용웅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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