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한달 사이 100건이 넘는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지규모가 500가구도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5채 중 1채 이상이 매물로 나온 셈이다. 일반적으로 매매거래가 활발한 웬만한 대단지 재건축아파트에서도 동시에 100여건의 매물이 나오는 것은 흔치 않다.
9일 마포구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 지역 A아파트는 100여건의 물량이 매매거래 대기 상태다. 여기에 전월세 매물까지 합하면 전체 거래물건 수는 단지의 절반에 달하는 200여건에 이른다.
지역 내에서는 거래 대기 물량이 많은 이유를 '층간소음'에서 찾고 있다. 교통이나 주변 녹지환경 등에서는 입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만 작은 생활소음까지 이웃에 들릴 정도로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설명이다.
이 아파트의 과거 입주민은 "윗집 부부의 일상 대화는 물론 시계 알람 소리까지 들릴 정도여서 사는 내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며 "층간소음을 못 견뎌 집을 내놓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A공인 관계자 역시 "층간소음 때문에 싸우거나 갈등을 겪다가 아예 다른 곳으로 이사가 버리는 입주민들이 여럿 있다"며 "소문이 나면 매매가가 떨어질 수도 있어 다들 쉬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파트 층간소음이 심각해진 것은 이 아파트 건립을 전후해 정부가 층간소음 기준을 크게 완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원래 기존 아파트는 기둥과 보·천장을 엮은 3중 '기둥식 구조'로 건설됐기 때문에 진동이나 충격이 전달되는 강도가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990년대 주택공급 확대와 원가절감을 이유로 기둥 없이 벽과 천장이 연결되는 '벽식 구조'로 바뀌었다. 벽식 구조는 기둥식 구조에 비해 3.3㎡당 공사비가 15만원가량 저렴하지만 층간소음에는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지어진 아파트의 85%가 벽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5년부터는 아파트를 지을 때 바닥두께(벽식구조 21㎝ 등)나 바닥충격음(경량 58㏈ 중량 50㏈) 기준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가능하도록 층간소음 기준을 제시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정부는 최근 층간소음이 사회문제화하면서 올해부터 바닥두께와 충격음 두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도록 건축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다세대·오피스텔도 가이드라인을 따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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