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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기업을 칭찬하는 사회

김영만 재미한국상의 명예회장

투자전문가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한국에서 사업을 했으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버핏 회장은 480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부자다. 버핏 회장은 지난 65년 이래 투자자산의 가치를 5,000배 이상 늘렸으며 그의 투자기법은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그는 간접비가 적고, 주가가 저평가돼 있으며, 성장잠재력이 있고 가격수익률이 낮은 회사를 골라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여느 투자가와 달리 뉴욕에 근거지를 두지 않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네브래스카주의 오마하에서 사업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나 기업의 CEO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가는 다름아닌 버핏이다. 그는 장래 기업경영을 책임질 젊은 인재들이나 현장에서 기업경영을 하고 있는 후배 기업인들의 역할모델이다. 미국에서 아무리 칭찬을 받는다 해도 한국에서 사업을 했더라면 버핏도 다른 기업인들보다 먼저 사회적으로 매도되는 시련을 겪었을지 모른다. 실질적 생산활동 없이 자본시장에 투자해 거부가 됐으니 그도 한국적 정서에서는 충분히 투기적 사업가라고 폄훼됐을 것이다. 한국에서 요즘 기업을 보는 안목이 크게 달라진 느낌을 받는다. 기업을 군사독재와 결탁한 정경유착의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외국, 특히 미국에 종속된 매판자본이라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 한국에서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이러한 여건에서 기업들이 사업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신규투자를 하지 않는 등의 사태는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기업은 지난 3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국민을 빈곤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한 주역이다. 이들은 소수의 주주와 경영자만의 기업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민의 기업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이들을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격려해서 키워나가는 애정이 필요하다. 인류에게 있어 20~30년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지만 오늘날에는 하루만 없어도 크게 불편을 느끼게 되는 편리한 상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동차ㆍ냉장고ㆍTVㆍ컴퓨터ㆍ휴대전화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편리한 것들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익숙해져 있다. 물론 기술개발과 발명으로 이들 상품이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대량 생산해 적절한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아 유통시킨 기업이 있었기에 이것들이 우리 가까이에 있게 된 것이다. 빈곤과 기아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였던 60년대 후진국 상태에서 국민소득 1만달러대의 산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는 물론 정부와 국민의 기여도 컸으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주체는 무엇보다도 기업들이었다. 기업이 경제규모를 크게 했고 국민에게 충분한 일할 자리를 마련해줬다. 대학 때 4ㆍ19 혁명을, 군인 시절에 5ㆍ16 군사쿠데타를 겪었던 필자에게는 미국의 잉여 농산물로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변변한 직장이라고는 찾기 힘들었던 60년대 한국의 사회상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기업이 철저한 이윤동기에 따라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사회적 공헌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 모든 사회현상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편향되게 보기 십상이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려면 상생하는, 이른바 ‘윈윈(win-win)’의 길을 찾아야 한다. ‘악은 숨겨서 가려주고 선은 드러내어 칭찬한다(隱惡陽善)’는 중용에 있는 성현의 말씀을 새롭게 새겨야 하겠다. 기업과 개인이 완전 무결할 수 없고 좋은 점과 부정적인 점이 어울려 있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성공한 사람일수록 이러한 양면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점은 숨겨 남들이 모르게 하고 좋은 것은 두루 알려 칭송하는 것이다. 반대로 좋은 것은 숨기고 나쁘고 부정적인 것만 거론하고 매도하게 되면 어떤 기업이나 개인도 상생과 발전의 길을 갈 수 없고 사회는 불신과 갈등이 만연하게 된다. 고래도 칭찬하면 춤을 춘다고 하지 않는가. 긍정적인 점은 더욱 부양하고 부정적인 점은 조용히 보완하는 노력이 범국가적인 사회운동으로 발전됐으면 한다. 우리 사회에는 젊은이들에게 있어 장차 닮으려는 역할모델이 없다. 없는 것이 아니라 일단 성공해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되면 곧바로 잘못된 점을 강하게 부각시켜 매도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역할모델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높이 평가하고 기업가를 존경하는 사회 분위기가 일어나면 기업의 투자도 어렵지 않게 활성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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