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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모르는 고가 소비재 수입

경기침체 가속화 속에 양주 승용차 등 고가 소비재수입이 급증, 무역수지 악화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 소비재 수입액은 53억6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의 전체 수입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수입소비재 중에서도 고급가전제품. 승용차, 시계 등 내구소비재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6%나 증가,소비재수입을 주도했다. 인쇄물 등 비내구 소비재도 26.1% 늘어났다. 근년 들어 높은 수입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고급 양주수입도 1억2천만달러로 29.4%의 높은 증가율을 이어갔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시장이 개방되면 수입증가는 불가피한 추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내외 불안요인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돼 올해 경제성장율이 3%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불요불급한 소비재 수입의 높은 증가율은 경제적으로 문제다. 특히 수출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때라 무역수지 악화요인이 된다. 전반적인 경기부진 속에서도 이처럼 고가 소비재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 과소비풍조를 반영하는 것이다. 무조건 비싸야 잘 팔린다는 이른바 명품바람을 비롯한 그릇된 소비문화도 고가 소비재 수입을 부추기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부의 집중현상이 심화된 것도 고가 수입품에 대한 수요를 증대 시킨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수출이 어렵고 언제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보다 소득이 훨씬 높은 선진국 국민도 마시지 않는 고가 양주 등을 수입하는데 달러를 펑펑 쓴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선진국의 주요 양주 메이커들이 한국시장을 겨냥한 고가 브랜드까지 만들고 있는 지경이다. 세계 양주 메이커들에게 한국은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불요불급한 소비재라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수입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적인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유흥업소 접대비 불인정 등 제도개선을 통해 경제의 건전성을 해치는 소비재수입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아울러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무조건 비싸야 잘 팔린다는 후진적인 소비문화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것도 과도한 소비재 수입을 억제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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