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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허브로 가는길] <하> 경쟁국을 보라

투자유치 외치면서 세금족쇄 채우는 한국… '역주행 세제' 고쳐야

2016년부터 파생상품 과세… 채권 양도세 도입 움직임도

세금 줄여 부자들 유혹하는 홍콩·대만·태국 등과 대조

금융·법인세 부담 줄이고 위안화상품 특례 검토해야


#. 지난 2009년 싱가포르는 20%였던 법인세율을 17%로 낮췄다. 감세를 통해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2년여 뒤 싱가포르는 중국으로부터 위안화 금융거래중심지(허브)로 낙점돼 인민은행과 본격적인 협상을 개시했다. 현재 싱가포르는 홍콩에 버금가는 위안화 허브가 됐다.

감세전쟁 중인 글로벌 금융 허브들의 단면이다. 금융 강자인 영국(런던), 홍콩은 물론이고 이들을 따라잡으려는 대만·태국 등이 줄줄이 법인세율을 낮추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소수점 이하의 수익률 차이에도 광속으로 움직이는 금융자본의 특성상 세금 부담의 경중은 투자유치 성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도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직거래시장 도입 등에 합의하면서 위안화 허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국내 조세제도는 위안화 허브 전략 측면에서 볼 때 역주행 중이다. 법인세율 부담은 금융위기 이후 무거워졌다. 금융거래와 관련한 각종 세금과 준조세(부담금 등) 체계도 강화되는 추세다. 해외투자가나 금융기업의 눈으로 볼 때 한국은 국제금융자본을 환영한다면서 세금 족쇄를 채우겠다는 이상한 나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과세 문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될 조짐이다. 우리나라로 위안화 자본을 유입시키려면 투자자들이 환율, 금리 변동 등의 위험으로부터 수익률을 지키기 위한 파생금융상품의 개발과 거래가 활발해야 한다. 헌데 정부와 국회는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 논의를 하반기 중 본격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오는 2016년부터 선물상품에는 0.01%, 옵션상품에는 0.001%의 세율로 파생상품거래세를 매길 방침이다. 여야는 거래세가 아니라 양도소득세(자본이득과세)를 매기자고 합의를 한 상태이지만 방식만 다를 뿐 세금을 매기겠다는 대원칙에서는 정부와 다르지 않다. 그나마 정부 원안은 코스피200 기반 상품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여야안은 과세 대상이 정해지지 않아 향후 위안화 관련 파생상품 개발에 악재가 될 수 있다.

한 대형 증권사의 간부는 "그동안 과세되지 않다가 갑자기 세금이 부과된다면 아무래도 파생상품시장의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며 "파생상품시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위안화 자본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데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채권에 대한 과세제도 역시 위안화 허브 구축에는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채권에 대한 과세 방법은 이자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매기는 것과 채권거래에 따른 시세차익에 양도세를 매기는 방법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채권에 대해 이자소득세(세율 14%)만 매기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인에 대해 채권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줬는데 이 역시 2010년 해당 특례가 폐지돼 과세로 전환됐다. 그나마 채권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지 않고 있는데 이마저도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중장기적으로 채권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매겨야 한다는 의견이 점진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금융 부문의 준조세 부담 역시 위안화 허브 조성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2011년부터 은행이 예금 성격이 아닌 외화부채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외환건전성부담금(일명 은행세)을 매기고 있다. 은행이 과도하게 외환 단기차입을 늘려 환율 불안 등을 초래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위안화 허브가 활성화되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국내 수요를 충당할 만큼의 위안화를 시장에 공급해줘야 하는데 외환건전성부담금은 아무래도 은행의 위안화 조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법인세 역시 최저한세율이 인상되는 등 사실상 증세 추세를 보이고 있어 유수의 해외 금융기관 유치에는 불리한 조건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위안화 허브를 넘어 세계적 금융 허브로 도약하겠다면 관련 세금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제도 정비가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연구원의 이윤석 박사는 "금융 허브를 하겠다는 국가들은 대부분 낮은 세율로 투자자와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우리도 경쟁국들을 보고 조세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향후 한국판 딤섬본드(국내에서 중국 기업 등이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소득세 비과세 특례 등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9년무렵 중동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이슬람채권(수쿠크)에 대한 비과세 특례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다 종교적 문제로 유야무야하고 말았다. 반면 뉴욕에 밀려 쇠퇴한 런던 금융가는 올봄 위안화 청산결제소 유치에 이어 지난달 서방국가로는 처음으로 수쿠크 채권까지 발행하는 등 입지 회복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파생상품과세입법을 처리할 경우 위안화 관련 파생상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특례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보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법인세율을 전반적으로 낮추거나 특정 금융특구 등을 조성해 해당 지역 입주 금융사에 대해서만 감세 특례를 주는 방안도 학계 일각에서 제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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