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33)씨는 얼마전 우체국에서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택배를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는 내용이었다. 잠시 후 우체국 직원을 자처하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택배 배송 때문이라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자못 의심스러웠던 박씨가 해당 우체국을 물어보자 ‘서대문 우체국’이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박씨는 현재 노원구에 살고 있는데다 서대문은 10여년 전 잠시 살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13일 우체국 등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체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급증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피해 예방 10계명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우체국 직원이라며 개인 정보를 빼내가려는 보이스피싱은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우체국에서는 우편물 도착이나 반송 안내시 자동응답시스템(ARS)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안내가 필요할 경우 문자메시지 또는 담당 집배원이 직접 전화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우정사업본부 측은 “전화 안내시에도 주민등록번호나 신용카드번호ㆍ계좌번호 등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은 절대 묻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개인정보들은 대부분 수년 전이나 십수년 전에 인터넷 사이트 등에 등록된 개인정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보안의식이 높아지면서 과거와 달리 개인정보를 손에 넣기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해묵은 정보를 다시 유통하는 조직이 출몰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박씨는 “10여년 전 살던 집 주소가 지금까지 떠돌아 다닌다고 생각하니 내심 불안하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을 신고한 피해자 건수는 7,255건에 달하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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