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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6월 26일] 경청의 중요성

필자는 30여년간 노동운동에 몸담았기에 누구보다 '갈등의 자리'에 익숙하다. 갈등의 자리에는 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불꽃 튀는 경쟁이 늘 있기 마련이고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양자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상대방에게 자기의 목소리를 크게 내려 한다. 하지만 그동안 갈등의 자리를 돌이켜보면 대화의 주도권은 결국 경청하는 이의 몫이었고 상생과 화합은 양자간의 경청이 있어야 가능했다.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연약한 부리로 껍질을 쪼고 이에 화답하여 어미 닭이 단단한 부리로 함께 쪼아야 비로소 한 생명이 탄생한다는 의미의 줄탁동시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안과 밖이 함께 도모해야 일이 이뤄진다'는 의미로 상생과 화합을 강조할 때 종종 인용되는 말이다. 병아리가 껍질을 쪼는 '톡톡' 소리가 아무리 작다 해도 어미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고 탄생을 위해 몸부림치는 병아리의 도전에 성숙한 자신의 부리로 '탁탁' 화답한다. 이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인 어미 닭의 경청이 없다면 탄생이라는 극적인 순간은 오지 않을 것이다. 가정의 평화, 직장 동료와의 원만한 관계, 나아가 국가 간의 협력관계 모두 상생과 화합이라는 기틀 속에 얻어낸 성공적인 열매다. 경청이란 이와 같이 열매 맺는 관계를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첫번째 삶의 태도인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힘겨운 사투가 장기화되면서 사회 도처에 갈등의 난제는 커져 가고 있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제 삶의 안위를 위해 외치는 소리는 늘어가지만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어미 닭의 자세는 찾아보기 힘들어져 간다. 그러나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에게 요청되는 자세는 경청이다. 지난 1597년 정유재란 당시 13척의 전선으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쳤던 이순신장군의 리더십이 지금도 여전히 주목 받는 것은 그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가능의 상황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고 그 가능의 길을 열어준 것은 득심의 리더십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는 이청득심, 즉 경청에 있다. 그가 병사와 백성들의 가슴 깊은 곳에서 신뢰를 끌어내지 않았다면 그의 전술능력ㆍ충성심ㆍ용기가 과연 지금도 우리 입에서 회자될 수 있었겠는가. 그 어느 때보다 상생과 화합이 절실한 요즘 경청의 자세를 통해 지금 우리가 처한 갈등의 난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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