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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학은 과학에 의해 검증된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최근의 윤리ㆍ기술적 논란들은 전국민이 상당 기간 관심을 갖고 지켜봐온 일로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관련해 우리 역사상 유래가 없었던 국민적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황 교수의 연구가 인간의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과학기술이 온 국민을 한동안 뉴스에 집중시킬 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해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 사전검증 학계에 맡겨야 이번의 논란들은 우리가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탈바꿈해가는 과정에서 한번쯤은 겪어야 하는 필요악의 경험인지도 모른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과학기술에 대해 선악의 양면성을 모두 생각해보고 보다 성숙된 판단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지혜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과학연구의 결과는 전문적인 학술지에 발표됨으로써 특정 연구자의 연구 결과가 많은 다른 연구자들에게 확산되고 이로부터 또 다른 새로운 연구가 이뤄지게 된다. 과학적 연구 결과는 크게 두 가지 과정에 의해 검증된다. 먼저 연구 결과가 전문 학술지에 게재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전검증으로 이 과정에는 해당 학술지 편집위원회에서 선정한 전문가들에 의해 엄격하고 까다로운 검증 절차가 수반된다. 사전검증은 사후검증에 비해 시간적으로 짧기 때문에 중요한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검증한다. 또 하나의 절차는 사후검증으로서 연구 결과가 학술논문으로 공표된 후 그 결과를 다른 과학자가 재현하고자 하거나 이를 이용해 보다 진전된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불특정다수의 과학자들에 의해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이뤄지는 보다 대중적이면서 일반성을 갖는 검증이다. 과학의 발전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결과일수록 사전검증 절차는 더욱 까다로워서 오랜 기간 동안 수차례의 반복된 검증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며 사후에도 더 많은 과학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을 하게 된다. 과학논문은 결과의 전문성과 정확성을 최고의 생명으로 하기 때문에 전문 학술지의 편집위원회는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조직적인 사전검증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고 이 시스템이 무너지면 그 학술지는 명성을 잃어버리고 퇴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오류나 불미스러운 기만 의도(드물지만)는 대개 이른 시간 내에 발표자가 스스로 인정해 수정 또는 철회하거나 약간의 시간을 두고 다른 과학자들이 반박함으로써 기만 의도가 징계를 받게 된다. 그러므로 과학적 결과에 대한 사전검증은 과학계 자체의 검증 메커니즘에 맡겨두고 이를 존중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에 대해 정작 중요한 평가는 사후검증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는 전문 과학자들의 의견뿐만 아니라 그 과학기술이 인류에 미치는 혜택에 의한 간접적인 평가가 큰 몫을 하게 된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오랜 시일을 거쳐 다듬어지고 굳어지는 것이지 단시간에 얻어지는 것은 거의 없다. 설사 현재의 상황에서 옳은 것이었더라도 근본적으로 그 자체가 가진 진리가 아니면 언제나 바뀔 수 있는 것이며 결국은 바르게 판명되는 것이다. '황우석사건' 계기 국민성숙기대 그래서 과학자들은 자연 현상에서 무엇이 진리이고 진실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갖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추구하고 있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누구보다도 먼저 그 과학자가 스스로 검증을 하고, 그리고 객관적 검증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는 서로가 인정하고 존중하며 또 반박하는 과정에서 성숙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참아낼 수 있을 때 아주 확고한 진리가 자리 잡는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한층 발전된 세계적 수준의 과학적 연구가 이뤄지고 이러한 연구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충분한 거름을 주고 결실이 맺어질 때까지 기다려줄 줄 아는 국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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