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아 해결돼야 증시가 산다(사설)
입력1997-09-29 00:00:00
수정
1997.09.29 00:00:00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주말엔 6백29·42포인트까지 밀려나 올 들어 최저치인 6백11.05포인트(1월7일)에 근접했다. 근본적인 악재가 개선되지 않으면 얼마나 더 내려갈지 모를 불안한 장세다. 6백선도 위험하다.증권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주식시장을 비교적 낙관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추석(16일)을 전후 증권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4분기 주가전망은 실물경기의 회복에 힘입어 연말껜 최고 8백∼8백50포인트까지 보고 있었다. 최저수준은 6백50∼6백75포인트였는데 4분기에 들어서기도 전에 벌써 예상 최저치마저 깨졌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나라들도 경제성장과 주가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개도국이나 선진국할 것없이 주가는 좋은 편이다. 우리 경제만 고전하고 있으니 이상한 노릇이다.
대기업의 잇따른 도산, 외환사정의 악화로 환율이 오르면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악재가 겹치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자금이 부족, 금리는 오르고 주가는 하락해 증시의 자금조달 능력도 탈진 상태다. 올 들어 직접금융이 0.4% 증가에 그쳤는데 그나마 주식은 30.1%가 줄었다. 회사채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 호황 한국만 폭락
연말까지는 물량압박이 우려돼 회사채 발행도 어렵고 주식은 증자할 엄두도 낼 수 없다. 신용융자 만기일은 돌아와 계속해서 신규물량이 아닌 매물압박조차 면할 길이 없다. 상장기업은 겨우 부도나 면하기에 전전긍긍하는 참이다. 배당도 기대할 수 없는데다 이자율이 높아 주식이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식에 투자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을만한 구석이 전혀 없는 것이다.
증시의 악재는 고의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인위적이다. 상장기업의 경영이 부진하고 금융시장의 자금조달기능도 부실하다.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이 합작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경영을 잘못해서 부도를 내는 회사도 문제지만 금융시장이 이같은 기업의 투자에 대해 제2의 심사자로서 부실투자를 예방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정치는 불안, 경제를 돌볼여력이 없고 정부의 정책의지도 기대할 수 없다. 경제살리기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기아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제는 엉망이 되고 증시가 꺼진 것이다. 정부가 대선을 겨냥해 증시부양책을 내놓는다고 하나 근본책이 될 수는 없다. 증시를 살리는 핵심은 경제회복이다. 경제회복의 길은 기아사태의 조속한 해결에서 찾아야 한다.
○직접금융 막혀 자금난 가중
경제살리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산업·경영·금융구조를 조정해야 하며 증시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모든 악재의 뿌리는 우리 경제의 왜곡된 구조에 있다. 대기업은 관료화돼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대기업병에 걸려있다. 정부와 금융기관, 심지어 근로자들까지도 중소기업은 외면하고 대기업만 찾아 중소기업이 설 땅이 없다.
○경제회생 열쇠 기아해법에
구조조정에는 순서가 있다.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는 먼저 환부를 정확히 진찰하고 모든 수술준비를 끝낸 뒤 메스를 가해야 한다. 우리는 기업의 퇴출이 자유롭지 못한데도 강제로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능사로 삼고 있다. 기업의 인수·합병(M&A)시장이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제3자 인수를 강행하려는 것은 구조조정의 순서가 아니다. 먼저 M&A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시장기능을 통해 기업의 퇴출과 진입을 자유롭게하여 산업구조를 조정하는 것이 순리의 구조조정 방법이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투자정보다. 주가의 하락이 4분기에 바닥이라면 그 동안의 고생을 참고 기다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투자자들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우선 4분기에 경기전환점이 올 것인가도 불투명하거니와 느긋하게 전환점을 기다릴 수도 없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단기투자를 선택하고 있으며 따라서 불확실한 투자정보에 휩쓸리기 쉽다.
선진국보다 투자기간은 단기적인데 투자정보의 공시간격은 훨씬 길다. 예컨대 미국은 분기결산을 하는데 우리는 1년 결산이므로 그만큼 정보의 기초자료가 늦게 공시된다. 정보자료는 오랜시간이 소요되는데 투자는 단기투자이므로 투자정보가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무액면주식이므로 시가수익률이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데 비해 우리는 배당률과 시가수익률이 크게 달라 투자정보에 혼선을 일으킨다.
투자지표의 이같은 혼선은 개별종목의 투자정보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증권전문가들은 지금도 유망업종은 물론, 유망 테마주식이라는 이름으로 개별종목을 추천하고 있다. 전문적인 투자에 익숙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에게 맡겨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투명한 정보를 토대로 신용융자를 통한 단기투자에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오늘의 핫토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