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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남북한 군인을 만난다면?

영화 '천군' 15일 개봉<br>“한반도의 분단 현실에 메시지 던지고파”<br>역사적 상상력 발휘…맥빠진 후반부는 아쉬움


“처음에는 이순신 장군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만들다 보니 오늘날 어떤 의미가 될까에 초첨을 두게 됐다. 이순신이 오늘날 한반도의 분단 현실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고민했다.”(민준기 감독) 이순신과 남북한 군인들이 만난다는 파격적인 소재의 영화 ‘천군’이 오는 15일 관객들과 만난다. 최근의 스크린 사극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감독의 말대로 ‘민족의 성웅’ 그 자체보단 그의 인간적인 면에 포커스를 맞췄다. “밤마다 신병(神兵)이 나타나 적들을 공격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이순신을 다룬 문장 하나에서 발상을 얻은 영화는 다소 엉뚱하고 방황하는 청년 이순신(박중훈)의 모습을 그린다. 6ㆍ15 정상회담 후 극비리에 남북 공동으로 핵무기가 강대국의 압력으로 미국에 양도되기로 하자, 북한장교 강민길(김승우)는 불만을 품고 핵 물리학자 수연(공효진)을 납치해 무기를 탈취한다. 남한장교 정우(황정민)과 대치 중, 433년만에 지구에 출연한 혜성이 이들을 조선시대로 이끌고 간다. 황당하게도 이들은 여진족과 대치하는 433년 전 압록강 인근 벌판에 떨어져 무과시험에 낙방한 채 좌절한 ‘이순신’을 만난다. 그러나 그들이 만난 이순신은 결코 영웅이 아니다. 과거시험에 낙방해 산 속에서 은둔한 ‘좌절한 한량 인생’이다. 무과에 급제 시켜 주겠다고 훈련을 시키지만 이순신은 “허튼 소리 집어치우라”고 받아친다. 그러나 여진족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면서, 이순신의 숨겨진 면모는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감독은 “이순신에 대한 기록 중 유일하게 문헌 상에 잘 안나오는 부분이 첫 무과시험 낙제 후의 4년”이라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순신의 첫번째 백의종군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랄하기까지 한 번뜩이는 발상은 어설픈 민족주의와 결합하며 영화를 다소 허무맹랑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순신의 ‘한심한 청춘’이라는 역사적 전복은 좋았지만 후반부에 그 끈을 놓아버리며 그렇고 그런 역사영웅담으로 전락해 버린다. 박중훈의 코믹 연기가 단연 돋보이지만, 이를 받쳐줄 조연들의 힘은 너무 약하다. 역사를 잘 아는 현명한 남한군과, 무기만 찾아 나서는 반동 북한군이라는 설정은 지금의 남북 현실에 대한 편견으로까지 느껴지며 보는 관객들을 불편하게 한다. 과도하게 잔혹한 여진족과의 혈투도 물과 기름처럼 영화에 녹아들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인간적 면모를 지닌 영웅’이라는 설정은 영화에서 너무 많이 써먹은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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