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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 Joy] 樂聖 자취따라 흐르는 선율♪ 선율♪

베토벤 생가 슈만-클라라 묘지 등 고풍스런 도시 곳곳 거장들의 체취 남아


뮌스터 광장의 베토벤 동상

‘음악의 아버지 바하, 음악의 어머니 헨델, 악성(樂聖) 베토벤…’ 맞는지 틀리는지 따질 겨를도 없이 무턱대고 달달 외웠다. 음악의 아버지ㆍ어머니는 그렇다 치고 도대체 악성은 무슨 뜻인지. 병명인지 중세 성의 이름이라도 되는 겐지. 겨드랑이에 거뭇한 털이 나는 사춘기를 거치고 서양 고전음악의 맛을 알고 나서야 베토벤이 왜 음악의 성자로 불리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음악도시를 꼽으라면 오스트리아 빈이 첫 순위다. 빈은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 고전ㆍ낭만시대 대표적인 음악가들이 모두 거쳐간 도시다. “말은 제주도로, 인재는 서울로, 음악가는 빈으로”라는 말이 나올 법한 그런 곳이다. 하지만 독일 본도 그에 못지않다. 본은 베토벤이라는 서양음악 최고봉이 태어난 사실 하나만으로 도무지 무시하기 힘든 도시. 통일 전 서독의 수도였던 본은 그냥 관광지로서는 별반 내세울게 없지만 음악 애호가들에겐 치명적인 유혹이다. ◇음악 거장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본=독일의 젖줄이라 불리는 라인강이 가로지르는 본(Bonn)은 인구 30만명 남짓한 독일 서부 작은 도시. 과연 이곳이 독일이 통일되기 전 서독의 수도였을까 할 정도로 겉 모습은 소박하다. 전 세계 허브(hub) 공항 노릇을 하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북적거림에 비한다면 나지막한 건물들이 듬성듬성 들어선 본의 차분함은 오히려 소름 끼칠 정도다. 두꺼운 여행 책자에서도 이름난 고성(古城) 하나 찾기 쉽지 않은 본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은 성지 순례하듯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본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이 태어난 도시이자 독일 낭만주의 대가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이 생을 마감했던 곳. 베토벤은 청년기 이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22살 이전까지는 본에서 음악을 배우고 활동했다. 베토벤 생가는 본 중앙역에서 북쪽으로 10분 남짓 걸음거리에 있다. 본 시내 최고 번화가인 뮌스터 광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본가세(Bonngasse) 20번지에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3층집이 베토벤 생가다. 이 곳엔 22살에 성공을 꿈꾸면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기 전 베토벤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베토벤이 태어난 곳은 안쪽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2층 골방. 베토벤이 실제 연주했던 피아노와 비올라는 물론 그가 쓴 월광소나타 악보가 거장의 체취를 느끼려는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서양 음악사 최고의 로맨스 슈만과 클라라=본 중앙역에서 북서쪽으로 10여분 걸어가면 낭만주의 음악가 로베르트 슈만과 그의 부인 클라라(Clara Schumann)가 묻혀있는 암 알텐 프리드호프 공동묘지에 닿는다. 베토벤 생가를 찾아 온 음악 애호가들도 잊고 그냥 지나칠 만큼 외진 곳이지만 슈만 마니아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곳이다. 독일 중부 작센 지방의 츠비카우에서 태어난 슈만은 경제적 이유 때문에 법학을 공부했지만 어렸을 때 꿈을 잊지 못해 결국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다. 명 피아노 교사였던 F. 비크 밑에서 꽤나 유망한 제자로 꼽혔지만 슈만이 막상 비크의 딸 클라라와 결혼하겠다고 나서자 스승은 펄쩍 뛰었다. 유명세가 유럽 하늘을 찌를 듯했던 여류 피아니스트 클라라를 풋내기 음악가에게 시집 보낼 그런 부모는 없는 법이다. 비크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성공한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서양음악사를 조금이라도 들춰본 사람에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고전적인 로맨스다. 그러나 세기의 로맨스 종말은 대체로 불행한 법. 슈만은 정신질환에 시달린 끝에 라인강에 투신하고 결국 본 남쪽 마을 세바스티안 거리의 요양소에서 생을 마감한다. 지금은 방대한 음악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으로 변한 슈만하우스엔 고독과 씨름하는 말년 슈만의 우수가 짙게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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