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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서 빛난 문화마케팅

흔히 중국시장 마케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남한의 100배에 가까운 광대한 국토에 민족ㆍ문화ㆍ생활수준ㆍ기호가 크게 다른 13억의 인구가 각각 다른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대체로 의심이 많고 이해타산에 철저해 ‘광고를 비롯한 판촉 서비스만 받아먹고 지갑을 열지 않는’ 일이 흔하다. 특히 중국은 방송ㆍ통신ㆍ신문 같은 언론매체들이 엄격한 공적 통제를 받고 있어서 기업들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렇기에 중국 마케팅은 정말로 현명하게 때로는 약삭빠르게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시(關係)를 맺는 것과 문화상품 혹은 공공성을 강하게 띤 문화행사를 활용한 마케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적으로 ‘SK장위앤방(狀元榜)’은 중국시장에서 문화마케팅의 빛나는 성공사례이다. ‘장위앤방’은 쉽게 말해 중국판 ‘장학퀴즈’ 프로그램이다. SK가 한국에서 30년간 후원해오고 있는 ‘장학퀴즈’를 중국에서 재현한 것이다. 한국에서 축적된 노하우에 중국적 특징을 접목시키다 보니 오히려 한국의 장학퀴즈보다 더 다채롭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SK장위앤방’ 프로그램은 베이징TV가 황금시간대인 일요일 저녁에 50분간 방송하고 2차례에 걸쳐 재방송까지 한다. 상하이ㆍ다롄ㆍ장쑤ㆍ후난ㆍ쓰촨ㆍ허베이 지역 등 중국의 주요지역에서 대부분 시청하고 있으며 중국 내 교양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1년 11월 중국갤럽이 베이징 중ㆍ고생 1,9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가 ‘SK장위앤방’에 대해 알고 있다. 이 가운데 87%가 월 1회 이상 이 프로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의 78%, 오피니언 리더들의 25.5%도 시청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방소재 학생들이 여기에 출연하기 위해 2~3일씩 기차를 타고 상경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성 MC가 불과 수년 만에 중국 내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기 MC로 자리잡은 것 등이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짐작하게 한다. 한 자녀 낳기를 독려하는 시대상황에서 출생한 중국의 청소년들은 이른바 ‘샤오황디(小皇帝)’들이다. 때문에 중국의 부모들은 이러한 샤오황디의 교육과 장래에 한국 부모 못지않은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를 한다고 한다. ‘장위앤방’은 이러한 중국적 특성과 과거(科擧)제도의 기억을 십분 활용한 대표적인 문화마케팅이다. 실제 ‘장위앤방’ 후원은 중국에서 SK의 인지도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나 가전제품ㆍ휴대폰 등 최종 소비재를 직접 생산ㆍ판매하지 않는 SK가 삼성ㆍLG 등에 비견할 만한 소비자 인지도를 유지하는 것은 바로 ‘장위앤방’ 효과 덕분이라는 얘기다.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유사성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유교ㆍ한자ㆍ성(姓)ㆍ가족주의ㆍ교육열ㆍ과거제도 등 그리스-로마-기독교 문명권이나 이슬람 문명권과 비교하면 한중간 문화적 유사성은 두드러진다. 이 같은 유사성에 기반한 문화상품 개발이 중국 마케팅을 위해서나 문화상품 그 자체의 대중 수출을 위해서나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중국이 민족ㆍ지역ㆍ계층간 분열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표현(언론)과 통신의 자유를 심히 제약한 데 반해 한국은 표현과 통신의 자유가 넘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ㆍ통신 인프라도 세계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환경과 재기발랄한 민족적 기질의 결합으로 한국은 매우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문화상품을 많이 가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이나 ‘SK장위앤방’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문화상품은 여간해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변국들이 넘볼 수 없는 한국만의 배타적 경쟁력일지 모른다. 중국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연구한다면 미국이나 유럽을 뜯어보기에 앞서 한국에서 통하는 마케팅 기법, 한국에서 개발된 문화상품들을 자세히 뜯어보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대호 <함께하는경제포럼 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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