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주민 "약속 빨리 이행" VS "만족못할 내용"

충남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피해사고와 관련, 29일 삼성중공업의 1,000억원 출연 결정에 대해 최대 피해지역인 태안 주민들은 ‘기대감’을 보이는 쪽과 ‘결코 만족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강경 반응이 엇갈리는 양상을 나타냈다.

즉 일부 주민들의 경우 삼성중공업의 신속한 약속이행을 희망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상당수는 삼성중공업이 이번 발표를 끝으로 태안 기름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모두 벗어나고자 한다면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격앙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2구 이충경 어촌계장은 “지금 당장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방제활동 참가 인건비와 피해액의 조속한 지급 등 생계지원”이라며 “향후 어디에 사용될지도 모를 1,000억원 출연에 대해 주민들은 만족해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 유출 비수산 분야 피해대책위원회 전완수 사무국장은 “삼성중공업의 이번 발표는 말장난일 뿐 태안군민을 또 한번 죽이는 처사”라며 “10년 전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 가해업체가 내놓은 지역발전기금이 1년에 100억원씩 3년간 모두 300억원이었는데 삼성중공업은 향후 5년간 매년 1조원씩 5조원의 지역발전기금을 태안군에 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경호 만리포 어촌계장은 “아직 주민들에게 삼성중공업의 1,000억원 출연 소식이 전해지지는 않은 상황이나 삼성중공업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지역 주민들이 요구하는 피해에 대한 무한 보상 이행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상당수 지역주민들은 “태안 지역 주민이 받고 있는 엄청난 고통을 고려했을 때 삼성중공업의 이번 조치는 뒤늦은 것임에 틀림없다”며 “태안의 자연이 살아나고 태안 주민들이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날 때까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각종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김관수 이장은 “삼성중공업이 태안발전기금으로 큰 돈을 내놓는다는 소식에 속상했던 마음이 좀 누그러지는 것 같다”며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약속 모두가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지원과의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1,000억원 출연 소식을 피해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하루 이틀 시간을 두고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라며 “천문학적 피해규모를 고려할 때 향후 보상규모 등이 어떻게 결정될지 여부에 따라 삼성중공업의 이번 조치가 수용 가능한 수준인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