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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남산 이전 30년

올해는 국립극장이 명동에서 남산으로 이전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라 극장 발전을 위한 토론회, 추억의 사진 공모전, `국립극장 이야기`와 `국립극장 무대미술` 책자 발간, 4개 단체의 30주년 기념 공연, 해외 공연계 인사 초청 토론회, 터어키 국립극장과의 자매결연, 후원회 창립, 10월 17일의 기념식 등 많은 일이 벌어졌다. 이 많은 행사를 치루면서 나는 국립극장의 역사를 만들어 오신 선배 예술가, 국립극장을 사랑해주신 수많은 관객과 직원, 단원들의 예술적 열정과 노고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기념식 다음날, 70객이 이 다 되신 전임 극장장 한 분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기념식에 못 온 게 못내 아쉬웠다며 아침 일찍 극장에 찾아 오셔서 남산에 국립극장을 건립할 당시의 이야기와 본인이 극장장으로 재임했던 시절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셨다. 나는 전임 극장장을 배웅하며 참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만약에 전임자의 많은 경험이 후임자에게 인수되고 그것이 매뉴얼처럼 활용될 수 있다면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고 시행착오 등의 낭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또 관객 개발이든 소비자 개발이든 조금이라도 관계가 맺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개발한다면 훨씬 더 훨씬 호의적이고 협조적이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국립극장은 다행히도 전임 극장장이든 전임 공연과장이든 전임 무대과장이든 여느 직장과는 달리 공연을 보러 오면서도 들르는 등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는 일터일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마도 그 이유는 국립극장이란 곳이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한 직장일 뿐만 아니라 예술을 창조하고 문화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남다른 보람이 있기 때문이리라. 한편 53년 동안 국립극장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을 국립극장 관객으로 꾸준히 개발해 왔더라면 어마어마한 관객층이 형성되고 국립극장 마니아(Mania)들이 형성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 또한 크다. 이제 국립극장은 새 출발하는 각오로 남산 이전 30년의 생일을 맞이했다. 인생 30이면 `자신의 독립된 가치관으로 자리매김 하는(三十而立)` 때이다. 국립극장은 국립극장만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세계 속에 국립극장으로 우뚝 서보고자 굳은 다짐을 해본다. 여기에 국립극장을 지나간 수많은 예술가와 공연 행정가, 관객들을 국립극장의 중심에 모셔본다. 이제 멀리서 어렵게 둘러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 계신 스승님과 선배님, 그리고 관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김명곤(국립극장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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