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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러시아를 쥐고 흔들었던 '원조'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좁스키(67ㆍ사진)가 빚더미에 눌린 채 망명지인 영국 런던 근교 자택에서 사망했다.
현지 경찰은 23일(현지시간) 오후 자택에서 숨져 있는 베레좁스키를 경호원들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의 변호인은 베레좁스키가 "잇따른 소송패배로 불어난 빚 때문에 공포와 근심에 싸여 있었다"며 자살한 것으로 추측했다.
베레좁스키는 2011년 옛 동업자였던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자신을 위협해 석유회사 시브네프트의 지분을 강제로 빼앗았다며 영국 법원 역사상 최대 규모인 30억파운드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배해 도리어 수천만달러의 비용을 물었다. 최근에는 전 여자친구와의 재산분할 다툼으로 2,500만파운드 상당의 부동산도 빼앗겼다.
다만 현지 경찰은 암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방사성 등 위험물질 전문가를 동원해 자택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베레좁스키는 1994년과 2007년에도 러시아 정부 등의 암살 위협을 받은 바 있다.
유대인계 러시아인인 베레좁스키는 1990년대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밑에서 안전보장회의 각료, 국회의원을 거치며 정계 실세로 부상했으며 이 시기에 민영화된 석유ㆍ방송 등 국영기업들의 지분을 대거 사들여 올리가르히의 원조로 떠올랐다.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도 적극 후원했다.
그러나 이후 푸틴 대통령이 부자증세를 단행하는 등 올리가르히 숙청에 나서면서 베레좁스키는 소유기업의 지분을 대부분 내놓고 영국으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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