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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 연출자로 돌아온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 "창작이 가장 큰 행복… 앞으로 보여줄 작품 많아"


"옳지. 거기서는 목소리를 낮추면서 좀 느리게 말해봐요." "좋습니다. 다만 약간 몸을 더 세워서…"

연극 '아버지'앵콜공연을 준비중인 김명곤(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연습실에서도 바빴다. 하지만 배우들을 지휘하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카리스마 대신 특유의 겸손함이 묻어났다.

연극 '아버지'가 7일~30일 일정으로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무대에 올라간다. 그가 지난 4월 아서 밀러 원작 '세일즈맨의 죽음'을 번안해 대학로 무대에 올린 작품인데 반응이 좋아 이번에 재공연되는 것이다. 두 노장배우 이순재와 전무송이 아버지 장재민 역을 맡아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연기한다. 두 배우의 무게감에 김 전(前)장관이 극본의 번안은 물론 연출까지 맡아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공연이다.

그는 "사실 원작의 힘이 크면 클수록 각색과 연출자는 진땀을 빼게 돼 있다"며 "원작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우리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지만 결국 결과는 관객 몫"이라고 했다. 젊은 세대들이 겉으로 보기에 '철인'같은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이 어떻게 인생의 파고들을 넘어가는지 엿볼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순재와 전무송이라는 굵직한 배우와 작업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을까. 그는"두 분이 워낙 한국의 아버지상으로 이미지를 굳혀왔고 연기가 매우 좋다"며 "배우 이순재는 서울대 연극반 선배, 배우 전무송은 연극계의 대선배로 깎듯이 모셔왔던 분으로 이번에 삼고초려(三顧草廬)했는데 열정이 커서 연습시간만 되면 오히려 후배들보다 먼저 나온다"고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장관을 지낸 예술인'에 대해 "공직을 맡고 있을 때도 물러나면 공연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는 말로 받았다. "특히 연극은 황무지같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창작욕구가 타오르고 있는 특이한 장르"라며 "작품을 창작해 보여주는 것은 내가 가장 행복해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전장관은 현재의 자신을 "제2의 예술인생"이라고 표현했고 "더 많은 작품을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세계시장에 내놓는 일을 하는게 개인적인 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예술을 '정원에 피어있는 꽃'이라고 빗대기도 했다. "정원의 꽃은 없어도 일상생활하는데는 큰 불편함은 없죠. 하지만 그 꽃이 없으면 우리 인생은 얼마나 황폐해질까요." 김 전장관은 "여전히 책읽고, 글 쓰는 일도 좋아한다"며 "예술가의 꿈을 가진 젊은이들을 키워내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작품속에서 아버지들의 인생에 대해'폭풍속에서 항구를 찾고 있는 조각배 같은 사람', 마종기 시인이 쓴 '멸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입니다'같은 멸치인생이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본인은 열악한 국내공연계의 아버지같은 어려운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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