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 해결의 마지막 분수령이었던 27일(현지시간) 협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그리스의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 든 가운데 그리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당장 29일 아침 그리스 은행들의 문이 열릴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이날 회의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30일 밤 종료한다"고 확인했다. 회의 직전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다음달 5일 실시하기로 전격 결정하고 "현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1개월 연장해달라"고 채권단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써 치프라스 체제 이후 약 5개월을 끌어온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 간 구제금융 협상은 파국으로 성큼 다가섰다. 곳간이 바닥난 그리스 정부가 30일 만기 도래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16억유로를 상환하지 못하면 사실상 디폴트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자 불안감이 극에 달한 그리스인들은 주말 동안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그리스 전역 ATM의 3분의1가량에서 현금이 바닥나는 등 뱅크런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 정부가 당장 29일 영업시간에 앞서 '은행 휴무'나 자본통제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날지, (30일 전까지) 재협상이 이뤄질지 모든 게 불분명하다"며 "이런 불확실성은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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