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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어색한 배석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면서 큰딸인 정지이씨를 배석시켰다고 한다. 지이씨는 고 정몽헌 회장의 타계 이후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상선 재정부의 과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다. 북측에서 “배석자를 3명으로 해달라”고 요청해서인지 이날 면담에서는 대북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과 육재희 상무, 그리고 지이씨가 배석했다. 그런데 이번 면담은 현 회장이 개인적으로 인사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은 양측간 합의내용에 그대로 나타났다. 현 회장이 밝힌 대로 이번 면담을 통해 오는 8월에 개성과 백두산 관광이 시범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됐다. 개성이나 백두산 관광 실현은 민족적인 관심사이기도 하고 국가적인 현안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지이씨가 배석했다는 사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좀 의아하게 만드는 측면이 없지 않다. 상식적으로는 현대아산의 야전사령관이자 대북관광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윤만준 사장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이씨가 대신한 셈이다. 특히 윤 사장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북라인과의 친분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북측 인사와의 협상과정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면담 후광을 적절히 이용해 남측에 유리하게 협상결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놓여 있는데도 윤 사장이 배제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굳이 지이씨를 배석하게 했다면 그 이유라도 명확히 밝혀야 옳지만 현대그룹 관계자들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한 임원은 “갈 만하니까 간 게 아니겠냐”고 했지만 기자가 “갈 만한 이유가 뭐가 있냐”고 하자 답변을 하지 못했다. 현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에 맡긴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날 지이씨를 김 위원장의 면담자리에 배석한 것은 대북사업의 ‘개인화’를 우려하는 시각을 증폭시키는 악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지이씨가 경영수업을 받고 있고 장기적으로 대북사업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배려했다고 해도 지이씨가 면담과정에 참석하게 된 이유는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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