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표 몰이에 나서고 있다.
경제민주화란 뭔가. 일단 사전적 정의는 "경제 활동이 민주적으로 이뤄지도록 개혁하는 일"이라고 돼 있다. 헌법 제119조 2항은 "국가는…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 3인은 어떤 입장일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재벌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신규 순환출자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후보는 순환출자를 전면금지 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저서를 통해 "경제민주화란 공정한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 사람 공히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해 메스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여야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근거로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꼽는다. 신자유주의는 지난 40년간 경제주체들의 무한 경쟁을 유도하며 경제의 양적 성장과 자본주의 확산 등의 성과를 거뒀지만 시장의 효율성과 자율성에 대한 지나친 믿음으로 소득불균형 심화, 빈번한 경제위기의 발생 같은 부작용을 야기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요즘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과하다. 무엇보다 경제의 민주화도 기업의 자유가 우선적으로 보장된다는 전제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회적 역할 자발적 실천 늘어
헌법 제119조 1항도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요구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도 강제로 해서 될 일이 결코 아니다. 빈곤층에 지원을 늘리고 교육을 확대하고 협력업체와 상생을 모색하는 것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해야 추진력도 강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기업들도 이런 자발적 실천에 적극적이다. 삼성그룹은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지원 사업을 확대하면서 신뢰를 키워가고 있으며 SK그룹은 사회적 기업을 키우는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면서 국내외에서 환영 받고 있다. 저소득층의 채용을 늘리는 일에도 삼성과 LGㆍSKㆍ롯데ㆍ포스코 등이 적극 나서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총수 일가가 보유한 '가공(架空)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치는 생각해볼 여지가 크다. 정치권이 대주주 지배권 문제를 압박할수록 기업들은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온통 힘을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기준 100대 기업이 올해 6월 말 현재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6조2,500여억원으로 2010년 말에 비해 19.4% 늘었고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15조5,00억원으로 58%나 증가했다. 현대차와 포스코도 각각 13.1%와 41.3% 늘었다.
'기업은 상생 주역' 명심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가 국민의 살림에 도움만 된다면 타박할 순 없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민주화 열풍은 경제에 되레 부담을 주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기업을 두들겨 패서 정치권의 표 욕심만 채우는 경제민주화라면 그건 빗나간 어젠다이다. 오히려 기업이 자발적 선행에 많이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국민의 살림을 키우는 길이고 그게 바로 정치권이 할 일이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강조한 것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유로운 기업이다. 기업정책은 기업이 약탈의 주체가 아니라 상생의 주역이라는 명확한 인식에서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경제도 살고 나라도 부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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