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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탕평책과 적재적소

인수위 첫 인사부터 논란에 휩싸여<br>정권성패는 초기 행보에 달려있어<br>난세에는 숨은 인재라도 발굴하고<br>국민에게 감동주는 인사 실천해야


조선 22대 임금 정조는 즉위하자마자 계파나 출신 성분을 가리지 않고 실력 있는 인재를 고루 중용하는 탕평책을 펼쳤다. 정조는 어린 시절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비극을 겪었지만 반대세력에 대한 정치적 탄압은커녕 오히려 공존과 상생의 정치를 앞세워 태평성대를 이끌어냈다. 그는 어진 사람이라면 과거를 문제삼지 않았고 자신과 정치적 이념이 다르더라도 철저하게 중용의 원칙에 따라 인사를 단행했다. 정조는 자신의 침실에다 '탕탕평평실'이라는 액자까지 걸어놓고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며 국정운영의 철칙으로 삼았을 정도였다.

대선이 끝나자 세간의 관심은 온통 새 정부에 발탁될 인사에만 쏠려 있는 듯하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뽑을 수 있는 사람만 대략 2만여명을 웃돈다고 하니 차제에 한자리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갖는 것도 인지상정일 것이다. 주변에서는 청와대 입성을 위해 줄을 대고 있거나 전화통이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선을 놓고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비록 전문성을 중시해 발탁했다고 하더라도 뜻밖의 인사배경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야권에서는 당선인이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인사를 강행했다며 내심 즐거워하고 있다니 자칫 정권 초기부터 역풍이나 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과거 이명박 정부도 인수위원회를 꾸릴 때 이른바 오렌지 발언이 터져나와 큰 화를 자초했던 적이 있다. 이는 '고소영 정부'나 '강부자 내각'으로 불리던 정권에 부정적인 인식만 확산시켰고 임기 내내 물귀신처럼 따라다닌 꼴이 됐다. 정권 초기의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에 보수세력이 너 나 없이 집결하는 바람에 집권 이후 사람을 쓰는 데도 상당히 골치를 썩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흔히 이번 대선을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라고 하지만 정치 분석에 불과할 뿐 국민들의 본심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판단된다. 국민들은 오직 먹고사는 민생문제 해결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역대 정권마다 그랬듯이 민생문제를 얼마나 해결하느냐에 따라 정부를 지지했다가도 순식간에 반대파로 돌아설 수 있다. 차기 정부도 민생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오히려 더 강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차기 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민생문제를 해결하자면 무엇보다 뛰어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지금 같은 난세에는 지나치게 명분에 집착해 협소한 인재풀에 머무르기보다 실력만 있다면 과감히 발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자면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인재를 찾아 나서고 반대세력까지 과감히 포용한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쏟아진 공약의 타당성을 살펴보고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점검하는 것만도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의 경제참모들은 미국에서 공부한 유학파가 많아 상대적으로 복지문제에 소홀할 것이라는 평가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박 당선인이 강조했듯이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역대 정부마다 개방형 인사니 공모제를 운영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하나같이 허울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 자기 사람을 심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실천의지가 중요하다. 청와대가 내정자를 낙점해 내려보내는 구태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박 당선인은 일찍이 공공기관장을 선임할 때 전문가로서의 요건을 강화하는 등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 새 정부가 만약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낙하산 인사를 줄였다는 평가만 받더라도 후대에 대단한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박 당선인은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출발은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인사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찍이 공자는 노나라 애공으로부터 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정치란 바로 신하를 선임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이다. 바로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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