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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호수는 없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산업사회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깊은 산중에서의 조용한 삶을 꿈꾼다. 캐나다 이민자 가운데 일부는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로키산맥에 반해 이민을 결정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고적한 삶을 즐기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헨리 소로(Henry Thoreau)의 경우다. 소로는 유물론을 배격하고 개개인과 신(神)의 일체를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노예제도를 끊임없이 성토하는 동시에 미국과 멕시코간의 전쟁을 `제국주의 전쟁`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소로는 `시민 불복종론`을 통해 “개인적 양심이 실정법보다 더 높은 차원의 법(法)”이라며 세금납부조차 거부했다. 다행히 친척이 대신 세금을 내준 덕분에 소로의 감옥살이는 단 하루 만에 끝났다. 소로는 자신의 물질적 욕구도 최대한 억제했다. 매사추세츠 콩코드에 있는 월든(Walden)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간 자급자족에 가까운 생활을 꾸려나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에서의 삶을 기록한 것이 바로 그의 대작 `월든`이다. 정부는 최근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부지 선정방침을 수정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안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해 거센 반발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부안 이외의 지역에서도 주민투표를 통해 자율유치를 신청할 경우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부안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추진과정에서 정부와 부안 주민들은 모두 패자(敗者)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원전수거물관리시설 건설계획은 상당 기간 다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부안 주민들도 학생들의 등교거부, 지역경제 위축 등으로 많은 물질적ㆍ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굳이 승자가 있다면 줄기차게 `원전 반대`를 주장해온 환경단체 관계자들일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원자력발전 자체를 반대한다. 그들은 풍력발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경제성이 없는 탓에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들의 주장대로 원자력발전을 아예 중단하면 우리의 전력소비도 현재보다 40% 이상 줄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공장 가운데 절반은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그 파장은 엄청나다. 경제는 후퇴하고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로 전락하게 된다. 이제는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 실현 불가능한 주장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환경단체 관계자뿐 아니라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살 수 있는 `월든 호수`는 이 세상에 없다. <경제부 정문재 차장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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