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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너무 다른 오룡호 선장 "끝까지 배와 함께…" 마지막 교신

'오양96호' 선장과 무선 남겨

러시아 베링해에서 조업을 하다 침몰한 명태잡이 트롤선 '오룡501호'의 김계환(46) 선장이 같은 회사 소속 '오양96호' 이양우 선장에게 "배와 함께 끝까지 하겠다"는 무선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 선장의 동생 세환(44)씨는 "지난 2일 밤 이 선장으로부터 걸려온 국제전화 통화에서 마지막 무선 내용을 알게 됐다"고 3일 밝혔다.

당시 김 선장은 배가 가라앉기 직전 이 선장에게 "형님에게 하직인사는 해야 될 것 같습니다"라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저는 이 배하고 끝까지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위급 상황을 눈치챈 이 선장은 빨리 나오라고 소리쳤지만 김 선장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이 선장이 "나중에 탈출하게 되면 (살아서) 소주 한잔 하자"고 무사귀환을 바란 것이 마지막 교신이 됐다고 김세환씨는 전했다.

이 선장의 밑에서 3년간 항해사로 배를 탄 김 선장은 이 선장의 추천으로 오룡호 선장이 되는 등 평소 '형님' '동생'이라 부를 정도로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1시14분(한국시각)께는 김 선장이 세환씨에게도 전화를 걸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김 선장은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남긴 채 10초 만에 전화를 끊었다.

통화시간은 오후4시14분께(현지시각)로 김 선장이 회사로부터 퇴선하라는 지시를 받은 지 14분이 흐른 뒤다.

세환 씨는 3일 오전 사조산업 측에 사고 당시 베링해에서 같이 조업 중이던 오룡호와 오용호 간의 무전교신 내용을 요구했다.



회사 측이 공개한 무전교신 내용을 들은 세환씨는 이 선장이 알려준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무전 교신 전문은 일부 실종자 가족들의 비공개 요청으로 사측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 선장은 통영 경상대를 졸업한 뒤 선원생활을 하다가 2003년 사조산업에 입사했다. 1등 항해사로 3년간 일하던 김 선장은 러시아에서 명태잡이 조업을 하던 '오룡503호' 선장을 7년간 맡은 뒤 올해 2월부터 오룡501호의 선장이 됐다.

한편 '오룡501호'의 실종 선원 52명에 대한 구조·수색 과정에서 시신 6구를 추가로 인양했다.

'오룡호' 선사인 사조산업은 이날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본부에 마련한 사고대책본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후1시25분(현지시각)께 시신 2구를 인양한 데 이어 오후2시2분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시신 1구도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2시50분에도 시신 4구를 인양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견된 한국인 선원 세 명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은 채 사고 지점에서 9마일가량 떨어진 해역에서 발견됐다.

이번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60명 가운데 인도네시아 세 명, 필리핀 세 명, 러시아 한 명 등 총 일곱 명이 구조됐고 이날 오후4시47분(현지시각) 기준으로 사망자는 모두 8명, 실종자는 45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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