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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위법" 판결 왜?] "전통시장 보호효과 없고 소비자 선택권 제한"

WTO 규정에도 위배 판단… "점포 규모 관계없이 일률 적용도 문제"

법원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은 조례 시행으로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미미한데다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법원은 특히 대형마트 규제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12일 법원과 대형마트 업계, 지자체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영업규제 제한 조례가 위법하다며 전국적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법원은 "재래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은 정당하다"고 판결해왔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 판결은 개정 조례에 따른 영업제한까지 위법으로 판단한 것으로 1심 판결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사실상 대형마트 규제법 도입 근거가 된 상생 효과를 부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반면 맞벌이 부부 등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은 크다"며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등으로 맞벌이 부부는 실제로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면 장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은 주차공간이나 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데도 영업 규제 과정에서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상인이나 전통시장의 매출이 증가하는 공익성을 고려한 원심 판결도 전면 뒤집었다.

재판부는 또 각 구청에서 임대매장 운영자에게 사전 통지를 하지 않는 등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절차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영업 제한 처분은 WTO 서비스협정(GATS)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GATS에서는 서비스의 양적 제한을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인간의 건강 보호 등을 위해서만 제한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 사건 처분은 근로자 건강권 보호를 처분 사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쟁 제한을 위한 수단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임대매장 운영자나 중소납품업자 보호에 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법령상 최고한도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재량권 행사에 있어서도 위법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와 대형마트 간 영업시간 제한을 둘러싼 소송은 지난 2012년 1월 유통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는 "2012년 1월17일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각 자치단체장들은 '0시부터 오전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조례를 잇따라 제정해 시행해왔다"며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조례 시행 후 9분기 연속 역신장을 하는 등 매출이 급전직하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당장 의무휴업이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또 다른 지자체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복수의 유사 소송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신청한 유통산업발전법의 의무휴업 규정(제12조의2)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비록 이번 판결이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기 전 구법 관련 행정 처분에 대한 판결이어서 당장 영업 규제가 풀리지는 않지만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임대매장 운영자와 중소납품업자의 입장을 고려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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