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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에어버스의 교훈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지난주 말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을 입은 보잉사 직원을 배경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단에서 유럽연합(EU)에 대해 강경한 어조로 경고하는 모습이 블룸버그ㆍCNBC 등 현지 경제채널을 통해 부각됐다. 부시 대통령은 특유의 거만한 제스처와 억양으로 유럽항공업계의 대명사인 에어버스에 대해 EU국가들이 정부 보조금 지급과 불공정거래를 멈추지 않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며 일방적인 선전포고를 퍼부었다. 부시 대통령이 EU국가에 대해 자칫 잘못하다가는 양국간 무역마찰을 부를 수도 있는 미묘한 현안에 대해 이처럼 강경한 어조로 경고하고 나선 것은 미국 항공산업이 ‘바람 앞 촛불’ 신세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일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는 고유가와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는 소형 항공사에 밀려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은 경영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미국 내 3위 항공사인 델타항공의 경우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검토하고 있고 US에어웨이도 부실경영으로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US에어라인과 유나이티드항공(UAL)은 이미 파산보호신청이 받아들여진 상태다. US에어웨이와 델타항공이 파산을 신청하면 주요 항공사의 절반 이상이 파산한 셈이다. 미국 행정부의 에어버스에 대한 경고는 이러한 현실적인 절박함 속에서 나왔다. 앞으로 EU에 대한 압박의 강도는 더욱 강해질 것이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총대를 메고 무역대표부(USTR) 등 행정부가 강도의 수위를 점차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보호무역 색채가 요즘 들어 한층 강해지고 있다. 미국은 호주와 해외에서 생산된 저가 의약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무역협정을 맺었고 중국과 베트남산 새우에 대해 100% 가량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고강도 처방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의회는 한국의 자동차와 이동통신ㆍ지적재산권 시장에 불공정 여지가 많다며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언제 선전포고의 칼날이 한국시장을 위협할지 모를 일이다. 한국정부는 불이 난 후에 소방차를 부르기보다는 불이 나기 전에 소화기를 비치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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