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0년대 부르던 흘러간 가요에 "님이라 부르리까, 당신이라고 부르리까" 라는 가사가 있었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뭐라고 부를지를 물어보는 노래가 있을 정도이니 남남 사이에 부르는 호칭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백화점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어머님' '아버님'이라 부르기도 하고 음식점에서 나이 어린 종업원을 '언니'또는 '이모'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적합한 호칭은 아닌 듯하다. 차량 접촉사고로 인해 언쟁이 벌어질 때도 호칭이 시비거리로 등장한다. "여보, 당신이라니? 내가 당신의 당신이야?" 여보, 당신이라는 것은 부부 사이의 호칭인 줄 알았는데 쓰임새가 생각보다는 광범위하다.
최근 서울시는 노인 대체 명칭 공모를 통해 '어르신'을 최종 명칭으로 선정하고 앞으로 각종 공문서와 행정용어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어르신을 노인의 대체 명칭으로 사용하기에 거북한 경우도 많이 생길 것 같다. 예를 들면 얼마 전 70대 노인이 해수욕장에서 젊은 여자의 비키니 사진을 몰래 찍다가 적발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 경우 "비키니 사진을 몰래 찍던 어르신을 적발" 이라고 기사 제목을 뽑는다면 좀 어색하지 않을까. 어르신 명칭을 제안한 사람은 "어르신들 스스로 존경 받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일가 친척 간의 호칭이다. 모처럼 결혼식이나 회갑연 같은 가족 모임에서 만난 사돈의 팔촌 같은 먼 친척, 그리고 그 아들과 손자들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또한 배우자를 집안 어르신들에게는 뭐라고 소개 올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자신 있게 말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애매한 경우는 남자가 '아저씨'에서 '할아버지'로 바뀌는 시점, 여자가 '아가씨'가 '아줌마'로 바뀌는 시점이다. 남자는 자녀가 손자를 낳고 나서 '할아버지'로 불리거나 여자는 아기를 낳은 후에 '아줌마'로 불리는 경우에는 수긍을 하지만, 손자, 손녀가 없는 할아버지나 아기를 낳지 않은 아줌마가 할아버지, 아줌마라고 불릴 때는 다소 언짢아 하는 경우도 있다. 가급적 나이를 낮춰 불러주는 것이 안전하다. 할아버지는 아저씨로, 아줌마는 아가씨로, 총각은 학생으로… . 그렇다고 할머니를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은 과공비례(過恭非禮)에 해당돼 잘못되면 희롱죄로 고발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조심할 일이다. 상대방도 공감할 수 있는 호칭을 적절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에서 상대방을 헤아려주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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