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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12월 3일] 두바이 위기의 교훈

'바벨(Babel)탑'은 히브리어로 '신의 문'을 의미한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는 고대 도시 바빌로니아에 지어진 바벨탑이 구운 벽돌 8,500만개로 지어졌으며 7단으로 폭 90m, 높이 91m에 달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말은 탑이지만 전체적인 형상은 피라미드에 가까운 건축물인 셈이다. 성서에서 바벨탑은 '교만'이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바빌로니아의 통치자들이 신과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교만의 상징이며 이는 곧 탑의 붕괴와 파멸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과 소통하려 했던 바빌로니아의 무모한 도전은 사막의 기적이라 불렸던 두바이에 견줘보면 초라하다. 세계 최고 높이로 지어진 두바이의 '버즈 두바이'의 높이는 800m가 넘는다. 높이 91m에 불과한 바벨탑으로 신에게 다가서려 했던 바빌로니아인들의 교만은 못 미쳐도 한참 못 미친 셈이다. 최근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선언으로 증폭된 두바이의 위기는 몇 년 전부터 예고돼왔었다. 국내 기업들조차 이미 1~2년 전부터 발을 뺄 만큼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돼왔다. "지금의 두바이는 내가 계획한 것의 10%에 불과하다"며 "두바이가 곧 세계 그 자체라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는 두바이 국왕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의 도전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휘청대며 시험대에 올려진 셈이다. 과연 남의 일일까. '동북아의 국제금융허브' '동북아의 랜드마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고층 빌딩 건립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한결같은 슬로건들이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상암지구를 비롯, 송도ㆍ청라ㆍ영종 등 경제자유구역 등 수도권은 물론 지방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각 지자체마다 전례 없는 마천루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바이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하나같이 새로운 '동북아의 허브(HUB)'를 외치며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현재 건립 중이거나 추진하고 있는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의 연면적은 현재 서울시내 업무용빌딩과 비슷한 규모가 될 정도라고 한다. 그 많은 곳이 글로벌 기업들로 채워지는 것은 고사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속 빈 강정'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 했다. 남의 실패를 강 건너 불 보듯 구경만 할 것인지, 지금이라도 좀 더 냉철하게 계획을 다시 들여다볼지 선택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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