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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새정치연합의 이상한 가출


정치부 서정명 차장

새정치민주연합이 또 가출(家出)했다.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해 유족과 국민 곁에서 끝까지 싸우겠다’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었다. 입에 발린 ‘국민’이라는 단어도 빠트리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민생법안이라는 얄궂은 논리도 달았다. 새정치연합이 ‘민생’때문에 거리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는 이유를 대는 데에는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40만 명의 빈곤층은 기초생활보장법이 하루 속히 국회를 통과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했던 국민들이 정부로부터 생활 자금 지원 2,300억원을 받게 된다. 가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자기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월세 세입자 150만명은 월세 감면에 대한 조세특례제한법이 조속히 국회 문턱을 넘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월세의 10%만큼 세금감면을 받을 수 있어 렌트푸어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300만명의 영세 소상공인들은 국가재정법이 빛을 보기를 바라고 있다.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살림살이가 팍팍한 현실에서 이 법이 통과되면 2조원 규모의 자금이 골목 식당과 가게에 뿌려진다.

기초생활보장법ㆍ조세특례제한법ㆍ국가재정법 등이야말로 누구나 인정하는 민생법안이다. 정치성향이나 이념이 전혀 끼어들 여지가 없고 오로지 ‘민초(民草)’를 위한 법안이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특별법과 연계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법안들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수백만명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법안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거리로 뛰쳐나갔다. 자기 자신의 생각대로 체스판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판을 아예 뒤엎어버리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국민들은 세월호 특별법에 발이 묶여 대한민국이 침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재협상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45.8%로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38.2%)보다 많았다. 세월호 사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어야 한다는 야당 강경파의 주장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새정치연합은 장외투쟁을 하면서 국민들의 뜻이라고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왜 내가 만난 국민과 (강경파) 의원들이 만난 국민이 다른가. 유가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목소리다”

25일 의총에서 한솥밥을 먹는 같은 당의 백군기 의원이 소신 있게 지적한 고언(苦言)을 곱씹어봐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가야 할 곳은 국민들이 외면하는 황량한 거리가 아니라 국회다.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은 명분이 약한 길거리 투쟁이 아니라 민생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눅진한 서민들의 삶에 웃음을 주는 일이다. 새정치연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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