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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박정환은 표독하지 않다

제4보(67∼79)<br>○박정환 5단 ●이창호 9단 <제5기십단전결승3번기제3국>



이창호가 먼저 우변에 손을 쓰게 되었다. 흑69로 젖히게 되어서는 우변의 백진은 실속을 빼앗긴 모습이다. 박정환은 흑을 선선히 살려주고 외곽을 76, 78로 튼튼하게 지켰는데…. "박정환의 두터운 기풍이 이 부근에서 여실히 보입니다. 실전보의 백76으로 점잖게 뻗은 이 수 말인데요. 이세돌 같았으면 아마 훨씬 더 표독한 작전을 구사했을 겁니다."(윤현석) 그 표독한 작전이란 참고도1의 백1로 두어 흑대마를 잡으러 가는 것을 말한다. 흑은 3점을 포기하고 흑2, 4로 대마를 수습해야 한다. 이 코스를 박정환이 연구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러나 아랫쪽 백 2점이 도리어 흑의 공격 목표가 될 수도 있으므로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창호는 우변을 선수로 살고 실전보의 흑79에 선착했다. "그 수가 제법 까칠해요."(윤현섞) 참고도2의 백1로 받으면 흑2, 4로 두는 기상천외의 강수가 있다. 이 수를 당하면 좌변쪽 백은 자체로 사는 수가 없으므로 열심히 도주해야 한다. 흑79가 놓이기 전의 상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방면의 흑대마가 아직 덜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창호가 그 흑대마를 선수로 확실하게 살아놓고 A쯤에 두어 우하귀의 흑진을 키울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흑이 유망한 바둑일 겁니다."(윤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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