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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금시대] (중) 금융권 움직임
입력1999-01-31 00:00:00
수정
1999.01.31 00:00:00
퇴직금제도가 기업연금제도의 사회적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난 97년 현재 법정퇴직금 추계액이 약 57조원에 이르고 있다.이같은 추계액 산정은 현행 근로자 평균근속연수 5.2년을 근거로 한 것인데, 만일 총 근로연수를 20~25년으로 하고 최종 퇴직시까지 퇴직금 인출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하면 총 법정퇴직금 추계액은 228조~285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한마디로 기업연금제도가 본격화된 이후 15~20년이 지나면 200조원을 넘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근로자의 퇴직금은 그동안 퇴직급여충당금으로 사내유보되거나 종퇴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사외적립돼 왔는데,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되면 퇴직금 운영 방식은 4가지로 늘어나게 된다. 즉 기존 방식에 퇴직보험과 퇴직일시금신탁이 추가되는 것이다.
보험형인 퇴직보험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그리고 신탁형인 퇴직일시금신탁은 은행신탁계정과 투자신탁에서 각각 취급하게 된다.
관련업계는 기업연금상품이 발매되면 보험사와 은행권의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미 17조원에 달하는 종퇴보험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보험권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성(守城)에 나설 것이 뻔하며, 은행권은 기존의 거래관계를 활용해 신규자금 유치에 나서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투신권 역시 경쟁에 적극 나설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연금의 취급 여부 및 성과에 따라 투신사의 시장평판(선호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보험과 은행에 비해 경쟁력 열위가 예상되지만 꾸준한 성장 및 운용능력을 중시하는 장기성 연금시장에서 투신사의 시장지배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실제 기업연금시장 규모가 9조4,000억달러(97년 기준)에 달하는 미국의 경우 뮤추얼펀드 수탁고의 35%가 기업연금자산일 정도.
기업연금제도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근로자의 퇴직소득 보장이지만 자본시장 활성화도 주요한 부대효과중 하나다.
즉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되면 투신권과 은행은 물론 보험권도 실적배당상품 운용을 통한 주식, 채권 투자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 현재 보험사는 약관대출, 부동산투자 중심의 확정금리상품만 운용하고 있는데, 최근의 저금리시대에서 보듯 낮은 확정금리보다 고수익을 원하는 경향이 커지면 유가증권 투자 중심의 실적배당상품 운용에도 나설 공산이 크다.
최근 정부가 기업연금상품 도입이라는 협의의 기업연금제도 도입에 이어 선진국과 같은 본격적인 기업연금제도 운용을 준비중인 것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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