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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법무부가 2017년까지 500명의 마지막 사시 합격생을 받기로 결정해 이들을 끝으로 '사법시험 시대'는 막을 내린다. 대신 지난 2009년부터 첫 입학생을 받기 시작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사시의 자리를 갈음한다.
일각에서는 사법시험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출범 4년째를 맞은 로스쿨 제도가 오히려 도입 취지와 배치되는 현상을 낳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나 학계에서 사법시험 존치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젊은 변호사들은 "사법시험 폐지는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제도가 바뀐 만큼 법조인 양성은 로스쿨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과 맞부딪히며 사시 존폐 논란의 불을 지피고 있다.
로스쿨이 비판을 받는 까닭은 '계층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법조인을 키우겠다'던 도입 취지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유기홍 의원은 지난 2009년부터 3년 간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 460명 가운데 88%가 수도권 출신이라고 밝혔다. 이중 3분의 1이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 출신이었다. 저소득층이나 다양한 연령의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도 미미해 4년 동안 매해 150명의 입학정원 중 9.5명에 그쳤다.
로스쿨 25곳 중 12곳이 2,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받는 탓에 '빚지는 로스쿨생' 수가 늘고 있으며, 로스쿨생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도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생계비를 지급 받기 위해 자활사업에 참여하며 학업과 생계를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서울에 있는 로스쿨에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한 박모씨는 "등록금은 비싼데 기초수급자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사람들에게 학점제한을 걸어놔(그 기준을 넘지 못해) 장학금을 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로스쿨을 나와도 당장 취업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탓에 중도 이탈자도 늘어 올해 10월까지 310명이 자퇴를 했다. 아예 로스쿨을 포기하거나, 생존을 위해 더 '등급'이 높은 로스쿨로 갈아타려고 경쟁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시험 폐지를 정한 법령이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내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청년변호사협회(나승철 변호사)는 "로스쿨 시행 과정을 보면서 경제력 없는 사람들이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재 로스쿨은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비판했다. 청년변호사협회는 지난달부터 신림동 고시촌 일대에서 고시생과 주민들을 상대로 사시 존치 찬성 서명을 받기 시작해 일주일만에 1,000여명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젊은 변호사의 이 같은 시도 이전에 학계에서도 로스쿨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바 있다. 지난 6월 법대 교수와 변호사, 로스쿨 재학생 등이 서울의 한 대학에 모여 연 토론회에서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비용이 많이 들어 '돈 스쿨'이라는 말, 현대판 음서제라는 말이 겨우 1회 변호사시험을 치렀는데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며 "변호사시험의 높은 합격률과 성적 비공개는 로스쿨을 기득권의 안정적 세습 수단으로 만든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어 "사시 존치는 오히려 로스쿨이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또는 재야법조계 인사들은 기본적으로 '로스쿨로의 일원화'에 찬성한다는 기조지만, 사법시험이 가졌던 순기능이 로스쿨 제도로 옮겨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한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법률가로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로스쿨은 장점이 있다"면서도 "다양한 계층을 법률 영역으로 흡수하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한데 이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사법시험 존폐를 두고 찬반이 맞붙고 있는 동시에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사법시험 폐지가 확정된 만큼 주어진 상황 내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2009년 논의가 촉발됐다가 이후 중단된 변호사시험 예비시험 제도가 그 중 하나다. 예비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로스쿨을 수료하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갖는다. 나승철 청년변호사협회 회장은 "예비시험이 도입되면 사법시험이 존치되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예비시험은 자칫 로스쿨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 예비시험이 되레 기회박탈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참여연대는 예비시험에 대해 "경제적 능력은 충분하지만 지적 능력의 부족이나 불성실한 대학생활 때문에 로스쿨에 불합격한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미 로스쿨에 들어간 경제적 약자를 도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절충안의 하나지만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기초생활수급자 로스쿨생만을 자활사업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이나 졸업 후 상환할 수 있는 생계비 대출 방안, 장학금에 생활비를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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