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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세력 실종…내년초까지 불안 지속될듯

■ 진정세 채권시장 '다시 혼돈'<br>연말결산으로 '북클로징' 잇달아…기관수요 사라져<br>시장선 "한은만이 해결" 푸념불구 개입 가능성 낮아


잠시 휴화산 상태를 보였던 채권시장이 다시 활화산으로 돌아설 태세다. 6일 금리가 장중 연중 최고치로 치솟았다가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나타났는데 이 같은 변동성이 시장의 불안정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은행권에서 무차별적으로 채권을 뿌려대고 있으나(금리급등) 매수세력이 실종된 게 원인이다. 즉 거래량이 없는 상황에서 약간의 매도물량과 매수물량만 나와도 시장이 극도로 출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의 발단인 은행권이 대출연착륙을 진행하는 내년 초까지는 자금시장의 불안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의 대체적인 견해다. ◇지난달 패닉 장세와는 달라=최근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모습은 지난달 말 패닉 장세의 상황과 약간 다르다. 당시엔 스와프시장에서 달러 품귀로 은행권이 원화를 주고 달러를 받는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비상식적으로 폭락했고 이의 영향으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맞바꾸는 이자율스와프(IRS) 금리마저 급락해 이와 연계된 외국인과 외국계 은행 국채선물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현물채권 값 급락(금리급등)을 초래했다. 당시 외국인은 일주일간 2만3,000여계약을 매도했고 바통을 이어받은 외국계 은행도 수천계약을 팔아치웠다. 그나마 한국은행이 국고채 매입을 실시, 진화에 나서면서 시장심리를 다소나마 안정시켰다. 하지만 최근 불안장세는 연말 수급붕괴의 심화에 따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즉 은행권의 채권공급은 넘치는데 연말결산으로 북클로징(Book Closingㆍ기관투자가들이 장부마감하는 것)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받아줄 기관들의 수요가 사라지며 불안심리가 가중됐다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채권시장이 매우 ‘얇아졌다’는 것으로 거래량 부진에다 수급구조마저 완전히 깨졌다는 의미다. ◇기관 북클로징 사줄 곳 없어=전날 국채선물시장에서 증권사가 불과 2,200계약을 매도했음에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0.18%포인트나 급등했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날 오전에도 증권사에서 1,500계약 매도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중 최고치로 급등하기도 했다. 실제 수급붕괴 현상은 심각하다. 한은에 따르면 재원마련을 위한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규모는 10월 2조8,688억원, 11월 3조1,041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1조4,000억원)보다 4조5,000억원이나 많다. CD 발행도 비슷한 추세로 증가 중이다. 하지만 채권형 펀드는 9월 -3,963억원, 10월 -1조3,283억원, 11월 -1조1,449억원 등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은행들의 채권을 받아줄 투신사나 자산운용사의 자금여력이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증권사도 스와프시장에 발이 묶여 손절매를 칠 정도니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여력 있는 연기금이나 보험사는 금리가 더 오르기를 기다리며 소극적 태도로 방관하고 있다. 특히 금리차를 노린 재정거래로 채권을 사들였던 외국인도 연말 결산으로 북클로징을 한 상태여서 매수세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 수급을 해결해줄 수 있는 곳은 오직 한국은행뿐만이라는 시장 관계자의 푸념이 돌 정도다. ◇한은 개입 가능성 낮아=채권시장의 혼란은 내년 초까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금시장의 꼬인 수급해결과 금리안정을 위해서는 은행권이 CD 발행을 중단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은행권이 건설사에 집중 대출한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대출연착륙을 위해서는 내년 2월께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예금수신을 위해서는 당분간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한은이 적극적으로 나서 금리를 끌어내릴 가능성도 높지 않다. 최석원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금 채권시장은 수급이 완전히 깨진 수요자 중심 시장”이라며 “은행권의 대출연착륙까지는 시간이 걸려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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