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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경기 침체 골 깊어지는데 총수까지 겨냥… 도 넘은 옥죄기

[갈수록 거세지는 대기업 압박] <br>새누리, 재벌 오너 양형기준 강화… 손발 묶어<br>"대선 앞두고 '경제 민주화' 빌미로 표심잡기"

이한구(오른쪽)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메모를 보며 당직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류효진기자


유로존 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하는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대기업의 손발을 묶을 방법만 찾고 있다. 표심을 앞세운 감정 논리에 위기상황은 묻혀 버린다.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조차도 "재벌개혁이 재벌을 풍비박산 내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정치권의 대기업 압박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친기업'을 내세우며 집권한 새누리당도 180도 변했다. '재벌을 잡아야 민심이 따라온다'는 생각이 다수다. 몇몇 경제통 의원만이 속도조절을 주장할 뿐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재벌개혁은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표심 잡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뚜렷한 철학 없이 의지만을 강조하며 좌충우돌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말까지 관심도 없던 재벌개혁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며 화두로 띄웠지만 아직 경제민주화의 뚜렷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당내 의원마다 엇갈린 주장을 펴고 그때마다 당의 입장도 들썩인다. 위기상황에서 생존을 걸고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은 집권 여당의 행보를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당내 의원도 모르는 경제민주화=새누리당 경제민주화 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당 스스로 무엇을 논의할 것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19일 열린 모임에서 만난 초선의원은 "경제민주화를 공부하고 논의하는 것은 좋지만 아직 누구도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말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이재 의원도 "그동안 경제민주화 논의가 재벌개혁에만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학계와 경제계는 재벌 총수의 전횡만 경제민주화 과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대기업 귀족노조와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간 양극화, 조세와 여성, 복지 분야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대기업의 한 국회 담당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는 다양한 분야로 넓힐 수 있는 개념인데 새누리당이 재벌개혁에만 한정하고 있다"면서 "재벌은 무조건 죄인이라는 식으로 낙인 찍는데 대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카타르시스(감정의 배설)를 주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아예 경제민주화라는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는 추상적인 용어로 '자유민주주의'에서부터 '인민민주주의'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이걸 어떻게 포괄하느냐에 따라서 의견 차이가 많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 그것에 대해(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좌장격인 남경필 의원은 "지난 모임에서 경제민주화 실천에 노동과 조세, 여성 분야도 넣어야 한다는 토론이 있었다"면서 "재벌개혁 어젠다를 정리해 9월 정기국회에 법안을 낸 후 나머지 어젠다를 정리하겠다"고 답했다.



◇진보학자도 "재벌 때리기 안 돼"=진보 진영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학자들마저 정치권의 감정적인 재벌 때리기는 경계한다. 이날 경제민주화 모임에서 재벌개혁 강연자로 나선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재벌개혁은 재벌을 풍비박산 내서 못살게 굴자는 것이 아니고 선진적인 대그룹으로 거듭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면서 "재벌은 지금도 경제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재벌 총수 1세대는 전문 경영인이었지만 경영능력은 유전되지 않기 때문에 2, 3세 경영인은 무능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선진국 대기업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안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무능하고 부패한 일부 재벌 총수를 규제하기 위해 "횡령배임액 기준이 50년 이상은 5년, 50년 이하는 3년 이상으로 돼 있는데 이를 각각 10년과 7년 이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은 법원이 정상참작을 통해 형량의 절반까지 줄여주고 3년 이하면 집행유예를 적용하는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형량을 7년 이상으로 늘리면 절반이 3.5년으로 집행유예를 내릴 수 없어 총수들이 실형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도 부활보다 특경법의 양형기준을 강화하는 게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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