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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흥수 건설산업연구원장

건설은 국가 기간산업… '토건족·투기꾼' 편견 버려야



미우나 고우나 경기 살리려면 주택·건설부문 활성화 불가피

고용문제 해결 위해서도 시급

양도세 중과·분양가 상한제등 수요억제 대못 아직도 못뽑아

규제 폐지대책 한방에 내놔야


"건설업체가 밉고 안 밉고를 떠나서, 가라앉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주택ㆍ건설 부문을 활성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설산업이 고용창출 등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끝 모를 주택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은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기 상황이다. 또 그 시한폭탄이 째깍거리는 동안 국가 기간산업인 건설업을 이끌어가던 업체들도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다.

김흥수(53ㆍ사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여리박빙(如履薄氷)'의 위기상황에 놓인 건설산업을 얘기하면서 지난달 15일 각각 태평양과 현해탄을 건너온 두 마디를 소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밴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주택경기의 확실한 반등을 가로막는 제약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했지요. 아베 신조 일본 자민당 총재가 10년간 200조엔(2,700조원)을 공공토목에 투자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의 경기부양책입니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률과 고용률 그리고 가계부채"라며 "특히 가계부채의 배경에는 수많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있는 부동산 거래침체가 있다"고 말했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도 내수부진 때문인데 이 역시 주택거래가 살아나면 자산효과에 힘입은 가계가 소비를 늘리면서 자연히 해결될 문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고용유발 효과가 가장 큰 주택ㆍ건설산업이 살아나면 고용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됩니다."

김 원장은 우리 사회의 건설산업에 대한 편견을 먼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도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을 '투기꾼', 건설업체를 '토건족'으로 부르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책당국과 정치권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원장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등 집값이 급등하던 참여정부 시절에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 도입된 규제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지금은 엄청난 효과를 보이며 거래를 막고 있다"는 말로 지금의 사태를 진단했다. 그 '대못'을 뽑아내는 결단이 필요한데 정책당국은 '실기(失期)'의 우를 범했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 때문에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규제들은 그냥 두고 1년에도 10개씩 대책이라고 발표를 하다 보니 시장도 내성이 생겨 정책효과마저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와 분양가상한제 등 국회에 계류돼 있는 규제들을 폐지하는 대책을 한 방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턴키 입찰제도 중단'을 선언한 서울시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연필 같은 소모품을 구매할 때는 가격만 고려합니다. 그런데 막상 집을 구매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가격을 비롯해 교통ㆍ환경ㆍ교육여건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요."

김 원장은 입찰제도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건축물은 가격요소 외에 품질ㆍ안전ㆍ디자인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또 턴키제도는 국내 시공업체의 설계능력을 상당히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건설업체의 국제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발주자 입장에서도 아주 중요한 구조물은 턴키제도를 통해 제대로 된 품질을 얻어내야 합니다."

부작용이 있으면 개선하면 되지, 이런 노력 없이 아예 없애겠다는 것은 입찰이라는 제도의 개념 자체를 모르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쓴소리는 건설업계로도 향했다.

그는 "지난 1982년 한국 건설업체의 수주액이 세계 2위로 당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육박하는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누계실적 5,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절대적 규모는 최고지만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비교하면 7% 정도에 불과해 1982년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대한민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감독이 말한 '스틸 헝그리(still hungry)'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수주선 다변화, 업체 다양화, 공조 다각화 등이 필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지역적으로는 중동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하위권 건설사들의 활발한 해외진출이 필요하며 플랜트뿐 아니라 토목ㆍ건축 분야의 수주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기존 건설산업의 활동영역에서 벗어나 건설산업의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며 "정보기술(IT)ㆍ바이오기술(BT) 등 성장성이 풍부한 타 산업과의 융복합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해예방시설ㆍ신재생에너지ㆍ수처리 등 기후변화에 대비한 녹색건설, 비용절감을 위한 모듈화 등 건식공법 개발, 기업형 임대관리전문회사 등 다른 유관분야도 유망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 금융권 주도로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건설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핀트가 어긋났어요. 경기불황으로 100대 건설사 중 30개 이상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데 삼부토건ㆍ삼환기업ㆍ㈜신성 등 60년이 훌쩍 넘은 전통 건설명가들조차 추락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는 "구조조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오히려 '페이퍼컴퍼니' 문제"라고 설명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공사를 수주해 바로 하청업체에 공사를 넘기는 페이퍼컴퍼니를 구조조정하는 것이 더 시급합니다. 건설산업의 구조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 원장은 집값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 같은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과 달리 김 원장은 이번 위기가 지나면 선진 주택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1,000명당 주택 수가 350채 수준으로 450채 정도인 일본보다 아직 수요가 많고 통계청 자료로도 가구 수가 오는 2035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택보급률로 봐도 여전히 우리 주택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께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택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옛날처럼 집으로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임대주택이 보편화된 선진 주택시장처럼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김 원장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만드는 것이 차기 정부에 주어진 숙제라고 강조했다. 굳이 예산을 확보해 거창한 사업을 벌일 것이 아니라 돈이 안 드는 규제철폐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복지수요 증대, 경제민주화 논쟁 등으로 정부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를 다듬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면 사회간접자본(SOC)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나 분양가상한제 같은 규제철폐와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활성화 등의 방법을 통해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건설산업에 대한 편견만큼이나 건설업계의 출자로 운영되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은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있듯 민간연구기관은 나름대로 역할이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여러 기관이 각각의 입장에서 역할을 다하고 거기서 나온 결과물을 종합하는 것은 정책결정자의 몫이라는 뜻이다.

그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민간연구기관이지만 산업의 시각만 고집하지 않고 국익의 관점도 항상 함께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보합 후 하반기 반등… 공급 조절 등 차기 정부 역할이 중요

■내년 주택·부동산시장 전망

약보합과 상저하고(上低下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전망하는 내년 부동산 시장의 모습이다.

수도권 매매시장은 거래침체에도 공급물량 지속과 가계ㆍ기업의 금융부실 처리 문제의 영향으로 약보합세를 보이다 하반기 거시경제 회복에 따라 반등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 매매시장도 세종시ㆍ혁신도시 등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다수의 공급물량이 예정돼 있어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전세가격은 최근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공급비중이 높아지면서 내년에도 4%대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등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세계경제 흐름에 맞춰 국내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세계경제는 유럽발 금융위기, 미국의 재정절벽 가능성 같은 위험요인이 있지만 중국 5세대 지도부 출범, 브라질ㆍ인도 등 브릭스(BRICs)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도 공존한다고 진단했다. 대내적으로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주택구매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하우스푸어'로 대변되는 위험요소가 걸림돌이 되고 있어 연구원은 차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 불황을 극복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배울 것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금융위기 이후 20개국의 주택가격 패턴을 ▦빠른 상승(캐나다) ▦약한 반등(영국) ▦추가 하락(미국) ▦장기 하락(일본) 등 네 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이러한 분류를 통해 주택시장의 반전을 기대하려면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장세가 밑바탕을 이뤄야 한다고 분석했다. 비교적 안정적 성장세를 이루며 고용률을 유지한 캐나다의 경우가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주택경기가 회복된 좋은 사례다.

세부적 정책수단으로는 공급조절을 꼽았다. 가격하락에 따라 공급이 탄력적으로 조정된 선진국의 경우 빠르게 주택 가격 반등을 이뤄냈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오는 2013년 전국의 분양물량은 25만가구로 2012년의 31만가구보다 큰 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준공물량은 2012년보다 5만가구 증가한 40만가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하락에도 실제 주택공급이 증가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구원은 공공 주도의 공급조절이 시장의 반전 여부를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취득세 및 부동산 관련세제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하우스푸어 문제 등의 해결을 통해 시장 수요자의 불안감을 지우는 데 무엇보다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력

▦1959년 서울 ▦1982년 서울대 경제학과 ▦1988년 미국 브라운대 도시경제학 석박사 ▦국토연구원 기획조정실장 ▦국토연구원 민간투자지원센터 소장 ▦국토해양부 장관 정책자문위원 ▦2008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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