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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출신 실력 보면 폐지론 잠잠해질 것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장<br>창의적인 인재 많아 사법연수생보다 잠재력 높아<br>영어 강의 늘리고 법조인 자질 고려해 선발 계획<br>학생들 로펌 고집말고 기업법무팀에도 눈 돌렸으면


"로스쿨 폐지론이 잠잠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봐요. 로스쿨을 졸업한 학생들이 1~2년 지나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저는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난 6월 1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수장이 된 정상조(53) 학장은 로스쿨 출신에 대한 세간의 우려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로스쿨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대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정 학장은 여러 이유를 들어 믿음의 근거를 설명했다.

우선 그는 자신이 선발한 학생들의 기발함을 꼽았다. 그는 "처음에는 소장을 쓰거나 변론 요지서를 작성할 때 트레이닝 받는 기간이 짧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훈련이 덜 됐다고 느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주 창의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들"이라고 졸업생들을 추켜세웠다.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전문영역에 맞게 실무 수습만 제대로 받는다면, 사법연수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도 곁들였다.

정 학장은 기존의 사법고시 출신과 비교해 월등한 외국어능력도 로스쿨 학생들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우리 학생들은 우리나라 법은 물론이고 영미법도 마스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외국어 능력이 상당히 좋아져 우리 법을 알면 기본적인 원리가 비슷한 영미법 또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법률가로 활약하는 한국인이 극히 드문 현실을 로스쿨 출신이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게 정 학장의 생각이다.

정 학장은 올해 졸업한 로스쿨 1기생들이 일하고 있는 법원ㆍ검찰ㆍ로펌을 최근 둘러보고 이 같은 생각을 굳혔다고 했다. 그는 각 분야의 인사담당자들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올 11월 진행되는 학생 선발과정부터 '법조인으로서 말하고 쓰는 능력'을 고려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또한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현재 3~4개 수준인 영어강의를 늘리고, UN 산하 지적재산권 기구인 WIPO의 후원으로 외국인 학생도 많이 뽑아 학생 차원에서의 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지원하는 인턴십이나 봉사활동도 세계 무대를 고려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정 학장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김앤장만 생각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나 권오곤 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관과 같이 국제기구에 진출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세계 무대로 나갈 수 있게 서울대가 준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준비는 말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산이 뒷받침돼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계획인 셈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대다수 로스쿨이 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교수 1인당 가르치는 학생이 7~8명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가 나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정 학장은 자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펀딩(fundingㆍ자금조달)'을 꼽았다. 그는 "한 기수를 기준으로 소득 하위 25%계층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며 "생활비도 함께 지급하는 장학금도 필요하다. 동문들이 모아서 주는 낙성 장학금을 비롯해 한화 등 대기업의 지원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와 성적, 각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나가고 있지만 늘 부족한 상태라 많이 늘리려고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높은 학비 탓에 졸업생들의 시야가 로펌에 갇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정 학장은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며 "로펌으로만 향하는 것은 곧 많은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돈보다는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기업 법무팀을 고려하라는 충고도 내놨다. 그는 "미국 기업 CEO의 과반수는 변호사이며 심지어 MBA보다 JD(Juris Doctor) 학위가 더 많다"며 "사내 변호사가 제품 개발과정을 통솔하고 있었다면, 삼성이 애플과 법률분쟁을 벌일 여지는 줄어 들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삼성 임원단에서 디자인팀에 '애플 아이폰을 참고하라'는 이메일을 보낸 정황이 송사에서 불리하게 판단된 상황을 언급하며 "기업은 '변호사는 비싸고 권위적이다'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했는데, 로스쿨 출신은 기존 변호사와는 달리 배경지식이 있어 곧바로 기술관련 경영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사과정때 저작권법 개정 참여… 세계 도메인분쟁 패널위원 역임

● 정상조 학장은

서울대 법대 78학번인 정상조 학장은 1985년 서울대 법과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던 중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당시만 해도 '지적재산권 (IP, Intellectual Property)'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때였다. 이를 계기로 IP분야를 연구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1987년 영국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 법학석사, 1991년 동 대학 법학박사를 취득했다.

귀국 당시 국내에서 IP 분야를 가르치는 곳은 거의 없던 실정이었다. 그는 모교에서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정부에 "법이 있으니 이를 연구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건의해 관련 강의를 신설했으며 1994년에는 서울대 교수가 됐다. 지난 2000년에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중재조정센터 도메인이름분쟁 패널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기술과 법센터장이자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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